댐의 차가운 물을 이용해 열이 많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등 물 온도로 전기를 절약하는 ‘수열(水熱) 사업’을 2030년까지 전국 8개 댐에서 진행한다고 환경부가 17일 밝혔다. 최대 원전 1기가 생산하는 1GW(기가와트) 용량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소양강댐은 수열 사업에 착수했고 전국 20개 다목적댐 중 충주댐, 남강댐, 대청댐 ,주암조절지댐, 용담댐 ,안동댐 ,임하댐 등 7곳을 적합지로 선정했다. 이중 충주댐·대청댐은 기본 구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소양강댐을 방문해 강원도 수열 클러스터를 착공하고 데이터센터 중심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래픽=김현국

수열 사업은 ‘물의 열(온도)’을 이용해 냉각이나 보온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전기 등을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 소양강댐의 경우 수심 30~40m 지점의 수온은 사계절 내내 5~7도로 차게 유지된다. 이런 ‘댐 심층수’를 끌어다 열이 많이 나는 데이터센터 등을 식히는 데 쓰면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기를 아낄 수 있다. 댐의 차가운 물이 데이터센터 등을 통과하면 12도 정도로 따뜻해진다. 이 물을 관로를 통해 인근 스마트팜으로 보내면 농작물 재배에도 쓸 수 있다. 이런 물 순환을 이용해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수열 사업이다.

구글은 핀란드 하미나 지역의 데이터센터 냉각에 차가운 물을 이용한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각각 센강과 온타리오 호수의 물을 끌어다 파리 내 700여 곳 및 토론토 내 100여 곳의 공공기관과 상업·주거용 건물에 냉방용 물을 공급한다. 미국 코넬대도 인근 카유가 호수의 물로 냉방을 한다. 우리나라도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삼성서울병원은 한강 물을 건물 냉·난방에 쓰고 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댐과 하천의 물 온도를 이용해 1GW의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소양강댐의 수열 용량은 1만6500RT(냉동톤)으로 추산된다. 1RT는 8평짜리 원룸을 24시간 냉난방할 수 있는 양이다. 소양강댐에 수열용 관로를 연결하면 최대 원룸 1만6500곳의 냉난방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수공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를 식힐 때 에어컨보다 차가운 물을 이용하면 전기를 64% 덜 쓴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8개 다목적댐에서 2만7295RT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열 사업은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NDC(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여야 한다. 원전이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온실가스(탄소) 감축 외에 수열 사업으로 탄소를 줄이는 것도 인정된다. 원전이나 태양광 단지 추가 건설 없이도 댐과 하천 인프라를 이용해 1GW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석대 수공 사장은 “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열 사업

물의 온도를 이용해 냉각이나 보온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체하는 사업. 댐의 수심 30~40m에서 얻는 5~7도의 차가운 물로 열이 많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 냉각 등에 사용하면 64% 정도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