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뱀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2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5~6월 전국 뱀 포획·구조 건수는 3939건으로 지난해의 2333건에 비해 68%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7월 통계는 집계 중인데 전국에서 뱀 관련 신고가 예년보다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엔 강원도 강릉의 도심에서 몸길이 1.4m의 뱀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폭염이 오면 뱀의 활동성은 줄어든다. 그런데 너무 더우면 변온동물인 뱀은 체온을 낮추려고 시원한 그늘이나 개울가 등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박사는 “최근 뱀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건 사람이 더위를 피해 찾는 곳을 뱀도 똑같이 찾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집중호우로 뱀굴의 습도가 너무 높아도 뱀은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최근 찜통더위와 폭우에 뱀이 굴 밖으로 나오며 사람의 활동 반경에 출몰하는 것이다.
대형 뱀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은 것은 국내 서식 중인 뱀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몸길이가 1m 이상으로 자라는 뱀은 구렁이와 누룩뱀 두 종류다. 두 뱀은 땅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새알이나 어린 새를 잡아먹기 위해 나무도 탄다. 활동 반경이 다른 뱀보다 넓다. 덩치가 큰데 나무까지 타다 보니 사람 눈에 자주 띄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2004년 뱀 포획을 법으로 금지한 이후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것도 뱀 출몰이 잦은 데 영향을 줬다.
전문가들은 10월까지는 ‘뱀 조심’ 기간이라고 한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7~8월은 새끼를 낳는 뱀(난태생)의 출산기이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 눈에 잘 띌 수 있고, 9~10월은 겨울잠 전에 먹이를 많이 먹어두느라 활동이 왕성하다”고 했다. 이어 “누룩뱀 등은 통상 4월에 동면에서 깨는데 이상 고온으로 한겨울인 1월에 눈 위에서 발견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일찍 다가온 더위도 뱀의 출몰 시기를 앞당겼다. 뱀은 먹이를 먹은 뒤 소화를 위해 몸을 따듯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다. 보통 똬리를 틀어 체온을 올리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일광욕을 하러 트인 공간으로 나온다. 지난 5월 뱀 신고가 1616건으로 지난해의 850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