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수욕장에 상어 경고판 - 10일 오후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백사장에 설치된 ‘상어 피해 예방 안전수칙’을 읽고 있다.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상어가 출몰하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고 상어 퇴치용 전기 충격기를 배치하는 해수욕장이 늘고 있다. /오유진 기자

10일 오후 강원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입구엔 ‘상어 피해 예방 안전수칙 및 행동요령’이라고 적힌 간판이 설치돼 있었다. 상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물놀이와 어업 활동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을 공격하는 백상아리의 특징 등도 적어 놨다. 해안에서 600m 거리의 바다에는 그물망을 설치해 상어가 더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속초시는 해수욕장에서 주기적으로 “상어 출몰을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을 한다. 자녀와 이곳을 찾은 박모(41)씨는 “아이들과 바다에 들어갔는데 노란색 그물망에 접근하면 안전 요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며 “최근 동해안에 상어들이 나타나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최근 상어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출몰하고 있다.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던 종들이 동해안까지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영화 ‘조스’에 나온 백상아리가 죽은 채 발견된 데 이어 청상아리가 살아서 헤엄치는 모습도 동해안에서 목격됐다. 동해안 해수욕장은 그물망을 설치하고 전기 충격기를 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해경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강원도 양양·속초·삼척과 경북 포항 등에서 상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6월 하순 속초 인근 해상에선 조업 중이던 어선 그물에 길이 2m에 가까운 백상아리와 악상어 사체가 각각 걸렸다. 이달 초 양양에서는 악상어, 삼척·포항에선 청상아리가 각각 발견됐다.

백상아리·청상아리·악상어 중 악상어는 원래 동해에 살던 종이다. 수심이 깊고 수온은 낮은 바닷물에 살기 때문에 조업 중 사체가 그물에 걸려 올라온 적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해안가로는 잘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사람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고, 사람을 공격한 사례도 없다. 청상아리도 깊은 바닷속에 살면서 주로 오징어나 큰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백상아리다. 바다표범 같은 포유류를 잡아먹는 백상아리는 수심이 낮은 해안가까지 다가와 먹이를 사냥한다. 공격성이 강해 사람을 보면 이빨로 물어뜯을 수 있다. 백상아리는 새끼 시절엔 주로 큰 물고기를 먹고 살아가다가 크기가 250~300㎝ 이상으로 자라면 포유류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7건이 보고됐는데 모두 백상아리에게 당한 것이다. 공격받은 7명 중 6명이 사망했다. 백상아리는 따뜻한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전북 군산, 충남 보령, 인천 백령도 등 주로 서해·남해에서 발견됐었다. 그런데 이제는 동해안까지 진출한 것이다.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들은 상어 퇴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포항은 15일 개장하는 도구·구룡포·영일대·월포·칠포·화진 등 지정 해수욕장 6곳에 ‘상어 퇴치기’를 1대씩 배치하고, 특수 교육을 받은 안전 요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상어 퇴치기는 상어에게 강한 전류를 쏴 쫓아내는 기구로, 안전 요원들이 순찰할 때 타는 수상 오토바이에 장착할 예정이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는 “백상아리는 20~30년 전만 해도 동해안 포항 위쪽에선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어종이었다”며 “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들이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속초=오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