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영남권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힌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공식 태풍 명칭에서 퇴출된다. 이 태풍으로 가족을 잃는 등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감안해 우리 기상청 요청에 따라 더 사용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에 대해서도 이렇게 요청해 태풍 명칭에서 퇴출시켰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 여파로 인근 하천이 범람해 침수된 이마트 포항점 옆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7일 열리는 세계기상기구(WMO) 제55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힌남노 퇴출 절차가 진행된다. 라오스가 자국 국립보호구역에서 따온 이름인 힌남노는 제명이 확정적이며, 이번에 제명되면 작년까진 이름이 남지만 앞으로는 쓰이지 않게 된다.

세계 14국 기상청으로 구성된 WMO 태풍위원회는 회원국으로부터 태풍 이름을 제출받아 140개를 선정해 이를 돌아가면서 쓴다. 통상 한 해 20~30개의 태풍이 발생하기 때문에 약 5년 주기로 같은 태풍 이름을 쓰게 된다. WMO는 특정 태풍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피해자들이 또다시 상처받는 것을 막고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제명을 허용하고 있다.

작년 8월 28일 오후 발생한 힌남노는 중심기압 915hPa(헥토파스칼)의 ‘초강력’ 단계까지 몸집을 키운 후 9월 6일 새벽 제주와 남해안, 영남을 차례로 통과하고 동해상에서 소멸했다. 기상청은 힌남노로 인해 사망자 11명, 실종자 1명이 발생하고 244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을 최근 WMO 측에 제출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작년 9월 죽도동 도로 곳곳에서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뉴스1

우리 기상청이 지금까지 제명을 요청한 루사와 매미는 제명 절차를 밟은 뒤, 각각 ‘누리’ ‘무지개’로 대체됐다. 누리는 말레이시아, 무지개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이다. 힌남노를 대체할 태풍 이름은 내년 3월 제56차 총회에서 라오스가 제출할 예정이다.

작년 총회에선 2020년 세계 곳곳에 큰 피해를 발생시켜 퇴출된 5개의 태풍 이름을 대신할 새 명칭이 확정됐다. 베트남에서 12만 가구가 침수되는 피해를 안긴 ‘린파’는 ‘페이로’로, 필리핀에 큰 피해를 입힌 ‘봉퐁’ ‘몰라베’ ‘고니’ ‘밤꼬’는 각각 ‘페냐’ ‘나라’ ‘개나리’ ‘방랑’으로 변경됐다. 이 중 ‘개나리’는 우리나라가 제출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