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화물연대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과 관련해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에 이은 추가 조치다. 정부는 이날 곧바로 철강·석유화학 분야 운송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등 화물연대를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현 시점부터 철강·석유화학 분야 운송 거부 사업자 및 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철강 분야 운수 종사자 6000여 명과 석유화학 분야 4500명 등 1만여 명이다. 이미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 운수 종사자가 약 2500명인 것을 고려할 때 4배가 넘는다. 관련 운송사는 철강 분야 155곳, 석유화학 분야 85곳 등 240곳이다.

8일 오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시멘트에 이어 철강과 석유 화학 부문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국토부 관계자가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멈춰서 있는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화물차량에 업무개시명령서(집단운송 거부행위 조사개시 통지서)와 불법주차단속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2022.12.8/뉴스1

정부는 바로 이날 오후부터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반 86개를 꾸려 운송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화물차주 명단과 주소지를 파악하고, 이들이 실제로 운송 거부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철강·석유화학 분야 화물차주의 화물연대 가입 비율은 30~40%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또다시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빼든 것은 철강·석유 업종 출하 차질 규모가 임계치를 넘어 전(全)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총파업 이후 6일까지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48% 수준에 머물러 약 1조3154억원 규모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돌입해 자동차·조선업 등 다른 중추 산업으로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20% 수준으로 약 1조2833억원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석유화학 공장이 멈출 경우 재가동까지는 최소 15일이 소요되며, 하루 최소 1240억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름만에… 시멘트 반입된 제주도 - 화물연대 총파업 보름째인 8일 제주 애월항에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시멘트를 싣고 이동하는 가운데 화물연대 노조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이날 총파업 이후 처음으로 제주 지역에 시멘트가 반입됐다. /뉴스1

앞서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이후 별다른 저항 없이 업무에 복귀하는 화물차주가 늘었다는 점도 추가 명령 동력이 됐다. 정부는 시멘트 분야 33개 운송사와 차주 787명에 대해 명령서를 발송했는데, 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7일까지 30개 운송사와 차주 537명이 운송을 재개했거나 재개 의향을 밝혔다. 나머지 운송사와 차주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며, 끝까지 복귀하지 않은 차주는 1명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8일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다른 차주에게 ‘운송을 계속 거부하라’는 문자를 전송하는 등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확인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와 정부는 총파업 이후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 면담을 가진 이후 어떠한 물밑 접촉도 없는 상태다. 한 노동계 인사는 “차주들의 수입이 끊겨 차량 할부비 납부는 물론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화물연대도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