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보다 중국 어선에 먼저 발견된 정황을 문재인 정부가 인지하고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입고 있던 한자(漢字) 적힌 구명조끼가 이 중국 어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입고 자진 월북했다’고 한 당시 정부 입장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숨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쯤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을 때 그가 구명조끼를 입고 팔에 붕대를 매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실종 당시에는 구명조끼와 붕대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감사원은 또, 국방부 등의 내부 자료에서 이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중국 어선에 올라탔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표류하다 다른 배에 탔으며, 실종 당시 이씨가 표류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경비계선(북한 주장 경계선) 사이 해역을 운항한 선박은 이 중국 어선뿐이었다는 사실도 국방부 등이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방부도 이를 숨긴 것은 당시 국가안보실 지시로 국방부와 해경이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기 때문일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이씨가 중국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얻었다면 애당초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빠진 게 돼, ‘의도적 월북’이 아닌 ‘우발적 추락’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해경은 이 중국 어선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가 중국 어선에 탔다면, 그가 선상에서 했던 말, 행동, 다시 내리게 된 이유 등이 월북 여부를 판별할 핵심 증거가 되는데도 그냥 덮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14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청장은 이 사건 당시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는 국내엔 없는 것’이란 보고를 받고 “난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