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비 앞에서 기념촬영 - 2019년 9월 중국 류판산(六盤山)에 있는 ‘인공강우 로켓’에서 한국과 중국 기상청 직원들이 탄을 발사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당시 우리 기상청 직원들은 중국 측 반대로 인공강우 실험은 하지도 못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기상청

중국발(發) 미세 먼지가 극심했던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기상청이 ‘한중(韓中)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으나, 실상은 중국 측 반대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이 실험을 위해 추경까지 편성하며 ‘미세 먼지 대책’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정작 중국에선 실험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 중국 기상 당국과 함께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 이 실험 역시 비를 내리게 하지 못한 채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문 전 대통령은 미세 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들면서 “중국과 협력해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인공강우를 통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 먼지를 서해상에서 걸러내 국내로 유입되지 않게 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보다 두 달 전 이미 서해상에서 인공강우를 만드는 실험을 했으나 비를 만들지 못했고 미세 먼지를 줄이는 데에도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우리보다 인공강우 기술이 훨씬 앞선 중국과 협력해 다시 시도해보라는 취지였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한중 미세 먼지 고위급 정책 협의회’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고, 양국에서 공동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로 했다. 비용은 실험이 열리는 국가에서 부담하는 형태였다.

우리 기상청은 2019년 4월 곧바로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려 했으나 중국 기상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항공기를 활용한 서해상 인공강우 실험은 해본 적도 없고, 실험 효과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인공강우 기술에 대한 미세 먼지 저감 효과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우리나라 기후 및 지리적 조건을 고려할 때 인공강우 기술 도입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밝혔을 만큼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 먼지 저감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해 6월 김종석 당시 기상청장이 “미세 먼지 저감 효과가 1%만 존재한다 하더라도 인공강우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면서 실험이 다시 추진됐다. 두 달 후인 8월 충남 서산 앞바다에서 중국 기상 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실험이 열렸다. 기상청은 1400만원을 들여 기상 항공기를 이용해 ‘염화칼슘 염소탄’ 24발을 발포했다. 그러나 비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기상 레이더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시 환경이 인공강우 실험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실험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9월에는 중국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 기상청 직원 2명이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류판산(六盤山)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당초 실험에 응했던 중국 측은 돌연 항공기 실험을 보류했다. 출장 보고서를 써야 했던 기상청 직원들은 ‘인공강우 대포’ ‘인공강우 로켓’ 등 중국 장비 앞에서 인공강우탄을 발사하는 시늉을 한 채 기념사진만 찍었다. 출장비 120만원을 들여 중국까지 건너갔지만 정작 실험은 해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것이다. 요란했던 ‘한중 인공강우 실험’은 그렇게 끝났다. 이후 진행된 문 정부의 중국발 미세 먼지 대처도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 먼지 저감은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며 “친중 성향 정부가 무리하게 중국 기술을 활용해보려다 일어난 황당 해프닝”이라고 했다.

작년 우리나라 대기 중 초미세 먼지(PM2.5) 평균 농도는 18.9㎍(마이크로그램), 중국은 32.6㎍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연평균 농도 5.0 이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주환 의원은 “우리나라 초미세 먼지 농도가 OECD 가입국 38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만큼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협력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