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보(洑)를 개방하는 바람에 지하수가 줄고 오염이 심해져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이 환경부에 보상을 요구,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 분쟁 배상 결정은 내용을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건은 공개하지 않아 “4대강 보 개방 후유증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9년 2월 24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의 수문이 열려 있다.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이날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된 5대 보의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신현종 기자

2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환경분쟁 배상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보 개방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보 인근 주민 297명에게 모두 16억5400만원을 물어줬다.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019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6차례에 걸쳐 217명에게 총 13억81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고, 국민권익위원회도 80명에게 배상금 지급 권고 결정을 내려 환경부가 모두 2억7300만원을 물어줬다. 주민들은 “4대강 보 개방에 따라 지하수 수위 저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환경분쟁위는 낙동강 유역 보 중에서는 창녕함안보 지역 주민 46명에게 8억1600만원, 구미보 6명 1억8300여 만원, 낙단보 6명 1억7700만원, 달성보 1명 330만원 배상 지급 결정을 내렸다. 금강 유역은 백제보 77명 1억9300만원, 영산강 유역은 승촌보 1명 900만원 배상이 나왔다. 국민권익위는 낙동강 유역 합천창녕보 및 창녕함안보 주민 80명에게 배상 권고를 내려 환경부가 배상금을 자체 계산해 2억7300만원을 지급했다.

첫 배상 결정이 나온 창녕함안보의 경우, 피해 주민들은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광암들에서 수막 재배 형식으로 토마토·양상추 등을 경작해 왔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 외부에 15~16도 지하수가 흐르도록 물길을 만들어 보온 효과를 내는 농법이다. 관정(管井)을 통해 취수한 지하수로 일종의 수막을 형성해 비닐하우스 내부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함안보 개방 이전 4.9m였던 낙동강 수위가 2017년 11월 14일 보 개방 이후 12월 11일까지 3.3m로 낮아지면서 농민들은 지하수를 끌어올 수 없었다. 물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보온 효과가 사라졌고 농작물이 얼어 죽었다. 당시 농민들은 “보 수문을 열면 농작물 재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정부는 수문 개방을 단행했다. 예상했던 대로 피해를 입게 되자 농민들은 환경부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 개방이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농민들은 약 10억원가량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환경분쟁위는 이를 받아들여 8억1600여 만원 배상 결정을 했다.

4대강 영산강 6공구 승촌보 공사현장 당시 모습. /조선DB

승촌보·구미보·낙단보·백제보에서도 급작스러운 지하수 수위 저하로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하며 ‘용수 피해’ 명목으로 5억6200만원이 지급됐다. 달성보에선 지하수 수질이 악화하며 300만원 배상 결정이 났다. 피해자는 모두 보 옆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지역 농민들이었다.

국민권익위에서 환경부에 배상금 지급을 권고한 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의 경우, 보 개방에 따라 예고 없이 이뤄진 대량 방류로 어민들이 쓰던 어획용 도구가 쓸려 내려가고 조업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권익위 권고를 받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80명에게 2억7300여 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어민들이 “배상금이 너무 적다”고 반발하는 데다 환경부가 배상금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환경 분쟁 피해배상 결과가 나오면 환경분쟁위는 보도자료를 내거나 홈페이지에 내용을 올리지만, 이번에는 외부에 어떠한 내용도 알리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분쟁위 관계자는 “보 개방 피해 배상 내용을 게시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주환 의원은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무리하게 보 개방을 진행해 농작물·가축 등 재산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입힌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보 개방에 따른 부작용과 피해가 입증됐음에도 피해 사실과 피해 배상 결정을 은폐한 흔적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