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기간 각 지방자치단체는 관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금융 대출 보증과 이자 일부 지원 정책을 펼쳤다. 대상자만 60만3335명, 사업비는 1조684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무성의하게 지원 제도를 운영해 대상에 포함되는데도 지원을 못 받은 소상공인이 25만명에 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은 상시 근로자가 5~10명 미만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감사원은 9일 ‘지방자치단체 소극 행정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원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139곳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해보니 나주⋅칠곡⋅고령 등 60곳에서 25만324명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 평균을 추산하면 1명당 300만원 가까운 금액이다.

이는 지자체 조례가 ‘사업장과 거주지가 관내에 있어야’ 지원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게 원인이다. 그러나 사업장만 해당 지자체에 있고 사는 곳이 다르면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맹점을 고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8월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코로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게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번 감사에 걸린 지자체들은 이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소극 행정’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 취지다.

충주⋅나주 등 시·군·구 51곳은 조례를 아예 개정하지 않았고, 경주⋅칠곡 등 9곳은 조례는 개정했지만 조례대로 정책을 집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시·군·구 60곳의 담당 공무원들이 무책임하게 행정 서비스를 실행하는 바람에 소상공인 25만명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광역시와 충청북도 등 다른 지자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한 끝에 소상공인들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지자체 ‘소극 행정’에 따른 주민들 피해는 이뿐 아니다. 감사원은 시·군·구 144곳 중 131곳이 학대·방임 가능성이 있는 위기 아동 4137명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학대·방임 가능성이 엿보이는 위기 아동을 지정해 통보하면, 해당 지자체는 분기당 1회 이상 아동 주소지를 방문해 양육 환경 조사(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천안시 등 시·군·구 131곳이 2018년부터 작년 7월까지 위기 아동 4137명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위기 아동으로 지정만 되고 실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충남 당진의 한 아동은 작년 1월 친모에게 학대를 당했는데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서구에선 한 부모 가정에서 살고 있던 위기 아동인 두 남매가 실태 조사 미실시 기간인 작년 7월 급식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 발견되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감사원 조사 때 “아동의 부모와 연락이 안 돼 실태 조사를 못 갔다” “복지부가 2020년 초 코로나 확산으로 실태 조사를 중단하라고 해서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부모와 연락이 안 돼도 실태 조사는 할 수 있다”며 “복지부가 실태 조사 중단을 통보한 적은 있지만 곧바로 재개 지시를 했는데도 해당 지자체들이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시·군·구 공무원들이 업무를 소홀히 해 위기 아동 4137명이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수도 요금 감면도 마찬가지였다. 수도법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엔 수도 요금을 감면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 업무는 관할 시·군·구 복지 공무원이 담당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날 “제주도 등 지자체 113곳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33만여 명이 지자체의 소극적 업무 행태로 수도 요금 감면을 못 받고 있었다”고 했다. 제주도 등 지자체 6곳은 수도 요금 감면 조례에 기초생활수급자를 감면 대상으로 넣지도 않았고, 천안시 등 지자체 107곳은 기초생활수급자 변동 현황을 제대로 파악 못 해 감면 대상자가 누락됐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