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은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차량 운행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완성차 업계가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부품사 등으로 연쇄적 생산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산업계에선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전체 산업이 마비되는 자동차 업계의 특성을 볼모로 잡은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산업 현장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시멘트·철강의 출하가 중단되고 일부 레미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불법 운송 방해도 급증해 경찰은 이에 가담한 화물연대 노조원 18명을 체포하고 1명을 입건했다. 다만 정부는 ‘불법행위 엄단’ 방침을 재차 밝히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화물연대 노조원(2만2000여 명)의 29%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여율이 전날 같은 시각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동차 부품 관련 차량의 납품과 운행을 전면 중지하라는 총파업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 일부가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현대차의 경우 부품 납품은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19개 운송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 화물 노동자 중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하루 평균 납품 차량이 1만1000회 정도 들어가는 게 정상이지만 이날은 비조합원 차량만 부품 운송에 참여했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 생산 방식(JIT·Just In Time)’으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비 중인 울산 1공장을 제외한 2~5공장 라인의 조업은 중단과 가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에 대한 파업과 물류 방해는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번호판 없이… 기아車,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캐리어 막히자 운전해 이동 - 8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기아자동차 공장 직원들이 번호판이 없는 신차를 운전해 차고지로 이동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차량 탁송용 카캐리어 이용이 어려워지자 공장 측은 임시 운행증을 받아 완성차를 일일이 옮기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운송도 거부한 상태다. 차량을 실어나르는 카캐리어 운행이 중단돼 생산 물량을 공장 주차장에 수용하기 어렵게 되자 직원들이 직접 완성차를 몰고 다른 출하장으로 옮기기도 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불법 운송 방해’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을 나서는 화물 차량을 포위하고 차량 밑으로 들어가 운행을 막은 노조원 1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도 이날 오전 8시 37분쯤 부산시 강서구 신항 삼거리를 지나던 트레일러 2대를 막고 물병과 계란을 던진 혐의(업무방해)로 화물연대 노조원 2명을 체포했다.

또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는 이날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화물차고지 입구를 승합차로 막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비조합원 운전기사들의 입·출차를 원천 봉쇄한 노조원 1명을 체포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이날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화물연대 울산본부 소속 A씨 등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파업 첫날인 7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단지 4문 앞에서 조합원들이 왕복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공단 안으로 진입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불법 운송 방해 행위 가담자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면서도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인 안전운임제 연장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의 과로·과적 등을 막기 위해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법 조항으로,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어 차관은 “(안전운임제 연장은) 법 개정 사항이라서 (해결을) 국회에 넘긴다는 스탠스(입장)가 아니다. 정부의 안전운임TF에서 (화물연대와) 논의를 충분히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 요구에 대해선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호주도 확대해서 실패해 철회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