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역점 사업인 새만금 수상 태양광이 ‘새똥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전북 군산시 새만금호(湖)에 설치된 연구용 태양광 패널에 철새 새똥이 수북이 쌓이는 문제가 제기된 지 반년 가까이 흘렀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5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새만금개발청 등에 따르면, 새만금 수상 태양광의 새똥 대책과 관련해 개발청은 시험원 측에 ‘새에게 물리적 고통을 주지 않는 비접촉 방식’을 조건으로 제시했고, 현재까지 총 4가지 아이디어가 거론됐다. ▲철새들이 무서워할 만한 맹금류 모양의 연(鳶) 설치 ▲저주파 소음 장비 설치 ▲레이저 장비 설치 ▲새 쉼터 설치 등이다. 당초 새똥 문제는 연구 과제에 없었지만 새똥 태양광 우려를 다룬 본지 보도<2021년 8월 9일 자 A1면> 이후 논의가 시작됐다.

농촌에서 곡식을 쪼아먹는 새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설치하는 매 모양 연. /독자 제공

먼저 ‘새들에게 시각적 공포 조성’ 차원에서 태양광 패널 사이사이 매나 독수리 모양의 연을 설치하는 안이 나왔다. 농촌에서 곡식 쪼아 먹는 작은 새들을 쫓아내려 허수아비 세워 놓듯 맹금류 형상의 연을 두어 철새들이 패널에 내려앉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상 태양광이 설치될 새만금호는 면적만 여의도 10배 크기인 28㎢인 데다, 패널도 525만장이 깔릴 예정이다. 여기에 ‘허수아비 매’를 설치하려면 수천~수만 개 연이 필요하고, 관리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새가 싫어하는 소음·레이저 등 조류(鳥類) 퇴치용 장비 설치는 환경부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인허가해 줄 때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소음·레이저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새의 시야를 방해하는 조명, 패널에 착지하지 못하도록 뾰족하게 달아두는 ‘버드 와이어’의 사용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만든다면서 새들이 안정적으로 쉬는 것을 방해하거나, 시각·청각적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새를 쫓아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발전소를 만들 땐 어떻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할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새만금 태양광은 매년 새만금을 찾는 수천~수만 마리 철새를 어떻게 쫓아내거나 별도 쉼터로 유인할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객전도 상황에 빠져있다”고 했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맡았던 환경부와 새만금 일대 사업의 모든 인허가권을 가진 새만금개발청은 ‘비접촉 방식’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험원 측에 숙제를 내준 것 말고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 새를 쫓아내지 않으면 태양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새를 쫓아내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수상 태양광 관리, 운영 주체이자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글로벌이 지분 100%를 가진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 측도 “아직 대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2100MW(메가와트)급으로 2025년까지 건설될 새만금 수상 태양광은 당초 오는 4월까지 1200MW를 1차로 완공해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기를 내보낼 송변전선 입찰 과정부터 문제가 생겨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송변전선 입찰에 문제가 없었다면 당장 두 달 후부터 가동될 발전 단지였지만, 아직까지도 새똥 관련 대책이 없다는 것은 수상 태양광 가동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 검토조차 않고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패널 오염물질은) 빗물에 충분히 씻겨 내리며 별도 세척은 필요 없다”고 했었다. 패널을 설치한 뒤 가만히 둬도 문제가 없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애초 철새 도래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에게 위해를 가하는 방식으로 쫓아내는 것 외에는 수십만 마리 철새들의 패널 접근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결국 정부가 태양광을 늘리겠다는 욕심에 새만금을 찾는 철새들과 싸우는 형국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