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4일 헝가리를 국빈 방문 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정상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문재인 대통령,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2021.11.4/연합뉴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원전 세일즈(sales)’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정리해 청와대에 제출한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에게 제출한 ‘대통령 원전 세일즈를 위해 산업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작년 10월 말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에 오르기 전 청와대에 ‘한국 원전의 경쟁력’ ‘체코·폴란드 원전 사업 추진 동향’ 등의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비세그라드그룹(V4) 정상회의 등에 연이어 참석했다. V4는 1991년 헝가리 비세그라드에서 결성된 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개국 협의체다. 우리 정부는 당시 COP26을 통해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병행 가능하다”는 그간의 입장을 국제 사회에 공식화했다. 원전 없이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일정인 V4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라며 원전 수출 행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은 당시 산업부가 작성한 내용이 토대가 됐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신설에 나선 두 나라 정부를 대상으로 ‘한국 원전 세일즈’를 하기 위해 산업부가 작성한 자료에는 체코·폴란드의 원전 건설 추진 현황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중심으로 한전기술(설계), 한전연료(핵연료), KPS(운영정비), 두산중공업(기자재), 대우건설(시공) 등 ‘팀 코리아(Team Korea)’를 구축해 (수주를) 추진”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부는 특히 ‘한국 원전의 경쟁력 홍보’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선 국산 원전의 우수성을 한껏 강조했다. 한국 원전의 핵심 경쟁력은 ‘풍부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견고한 Supply Chain(유기적 생산·공급 과정)’ ‘높은 경제성’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에 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지난 40여년에 걸쳐 축적한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전단계에 걸친 견고한 공급 체인을 보유”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 비용” “유럽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 취득” 등을 마쳐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 자료에서 한국 원전의 건설 단가는 전력 1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 러시아(6250달러), 미국(5833달러), 중국(4174달러) 등 경쟁국보다 월등히 낮은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시공 능력으로 국내외 원전 건설사업들을 계획된 일정과 예산으로 차질 없이 완수”했고, “한국은 원전의 도입부터, 기술개발, 관련 산업의 육성과 수출성공까지 성공적인 원전산업 발전 모델을 갖춘 나라”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가 쓴 이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국산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각국을 대상으로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10국, 13차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작성한 ‘원전 세일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체코·영국·폴란드·터키·인도·UAE·카자흐스탄·사우디·미국·슬로베니아 등 10국을 대상으로 총 13차례 ‘원전 세일즈’에 나섰고, 현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낸 백운규·성윤모 전 장관과 현 문승욱 장관은 체코·영국·사우디·UAE·카자흐스탄·폴란드·미국 등 8국을 대상으로 총 14차례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5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느라 ‘2050 탄소중립’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등 국가 핵심 정책 수립에서 원전을 계속 배제해 왔다. 그러면서도 해외 국가를 상대로는 국산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보를 계속해 온 것과 관련해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국내와 해외에서 대통령 발언이 다른 것은 문제”라며 “원전 우수성을 해외뿐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그대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