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조선일보 DB

감사원이 올 하반기에 소득 분배, 비정규직 통계와 관련해 통계청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통계 분식(粉飾)’ 의혹 감사를 계획했다가 내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감사원은 “코로나 사태로 감사 일정이 밀렸다”고 해명했지만 코로나와 감사가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논란이 크고 현 정부에 민감한 사안이라 감사 우선순위를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은 2월 감사원에 2018년 소득 분배 지표가 최악으로 나오자 통계청이 통계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감사할 것이냐고 물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해온 현 정부가 2018년 1분기 통계에서 최악 수준의 소득 분배 지표 통계가 나오자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통계 조사 방식을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통계청이 2019년 비정규직이 전년보다 87만명 늘었다는 통계를 내놓고도, 자신들이 발표한 통계를 부정하는 듯한 해명을 한 것도 감사할 것인지 물었다. 당시 통계청장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지적한 부분이 있어 추가 질문이 들어가 응답에 변화가 있었다”며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전년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일자리 수석과 기획재정부 1차관도 나서서 같은 해명을 했다.

감사원은 당시 서면 답변에서 통계 분식 의혹 감사를 올 하반기에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최근 유 의원실에 “코로나 사태로 모든 정기 감사 일정이 밀렸다”며 “통계청 감사도 올해는 힘들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감사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하반기 기관 정기 감사 일정에도 통계청 감사는 빠져 있다. 감사를 받는 곳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감사를 중단·재개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정부 기관의 의사 결정·정책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통계 자료를 왜곡했거나 왜곡된 통계 자료를 인용했는지 등을 감사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의 통계 관련 사실 관계 왜곡 의혹도 비슷한 구조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코로나로 여러 감사 일정이 밀린 측면은 있지만,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인 통계청 의혹 감사 일정은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전임 최재형 원장이 정치 참여를 이유로 물러난 뒤 4개월간 원장 공석 상태에 있었다. 지난 15일에야 최재해 신임 원장이 취임했다. 감사원은 원장 공석 기간에 백신 도입·4대강 보 해체 등 민감한 정책 관련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고, 통계청 감사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