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2산업단지 유수지에 2018년 설치된 18.7㎿급 국내 최대 수상 태양광 발전소. 정부는 2025년까지 새만금호에 이보다 112배 큰 규모의 2100㎿급 수상 태양광 발전 단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김영근 기자

10일 오후 경기 화성시 멱우저수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저수지 상공을 빙빙 돌던 새들이 수상 태양광 패널 가장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철새가 찾아오는 봄⋅가을이면 이 일대는 철새 수만 마리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7㎞ 떨어진 매향리 갯벌은 오세아니아주에서 시베리아까지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해마다 10만마리 넘는 새들이 찾는 곳이다. ‘국제 철새 서식지(Flyway Network Site)’에도 등록됐다. 그런데도 수상 태양광 건설 전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철새에 대해 단출한 심사평만 남겼다. “법정 보호 조류인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가 발견되며, 빛 공해로 인한 생태적 영향이 우려되므로 조명 시설 설치는 지양한다.”

전국에서 ‘태양광 건설 속도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수상 태양광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구체적인 ‘조류(鳥類) 보호 대책’은 대부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작년 6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 사업(2100㎿)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사에서 ‘태양광 모듈은 빗물로 세척한다’는 내용으로 통과시켰다. 패널이 오염돼도 오물이 자연적으로 씻겨 내려간다는 사업자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2021년 8월 5일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방조제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패널이 온통 새똥으로 얼룩져 있다. 갈매기·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앉기 좋아하는 패널 가장자리 쪽에 수북한 새똥은 잘 씻기지도 않고 패널을 손상시켜 발전 효율을 떨어트린다./김영근 기자

그런데 최근 새만금호(湖)에 시범 설치한 수상 태양광 패널이 새똥으로 범벅돼 논란<본지 8월 9일 자 A1면 보도>이 일자, 주무 관청인 새만금개발청은 “조류 이전을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더럽혀진 패널은 물을 뿌려 세척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새들을 다른 곳으로 내쫓겠다는 것이다. 새똥 처리 대책이 난감해지자 1년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본지는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 인접해 태양광 건설 인허가를 받은 곳 중 환경영향평가서에 ‘철새 도래지’ ‘법정 보호 조류 서식지’ 등 새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 10개 보고서를 살펴봤다. 태양광이 새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내용이 많았다. 다만 구체적 대안을 요구하기보단, 일정 시기만 공사를 금지하거나 조명 설치를 금지하는 식의 ‘제한 사항’을 두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변부 갈대숲은 조류의 주요 서식지이므로 태양광 모듈을 갈대숲으로부터 약 15m 이상 이격하라’(전남 고흥), ‘철새 도래 시기에 공사 지양’(전남 무안), ‘동절기 월 1회씩 겨울 철새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악영향이 예상·발생될 경우 추가적인 저감 방안을 강구·시행해야 한다’(충남 서산)는 식이다.

당장 불거진 ‘새똥’ 문제만 해도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충남 태안, 전남 신안 등에선 패널에 새들이 앉는 문제를 방지하려 ‘버드 와이어’를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냈다가 환경부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들이 다치거나 죽는 등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의 경우 사업체 직원의 아이디어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패널에 기타줄을 달아 새를 쫓고 있는데, 이 역시 환경부의 허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새만금 수상 태양광의 새똥 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접 패널을 청소하는 방안이 유일해 보인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소 면적이 커질 경우 매번 인력을 동원해 패널을 청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재 완공된 태양광 발전소 중 국내 최대 규모(99㎿)인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단지의 경우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모듈 세척은 아예 없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2.9㎢) 절반을 웃도는 1.58㎢에 깔린 패널을 수시로 청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만금 수상 태양광은 솔라시도 태양광의 21배 넘는 규모다. 청소 자체가 큰 난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