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깨 눈밭 위로 올라온 북방산개구리. /한라산국립공원

국립공원공단은 2010년부터 국립공원 내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을 매년 조사하고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1년에 한 번 알을 낳고, 겨울철 날씨에 특히 민감한 종(種)이라 기온 변화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공단에 따르면, 2010년과 비교해 올해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일은 27일이나 빨라졌다. 2010년 2월 22일에 첫 알을 낳았는데 올해는 1월 26일로 당겨진 것이다. 북방산개구리가 1월에 알을 낳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산란 시기는 전년 12월 평균기온이 높을수록 앞당겨지는 경향이 있다. 공단 측은 “지리산 구룡계곡 인근의 12월 평균 기온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0.18도씩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계절까지 바꾸고 있다. 기상청이 1991~2020년 사이 한반도의 평균 기온과 강수량 등을 산출해 지난 3월 발표한 ‘기후 평년값’을 보면, 이전 30년(1961~1990)에 비해 최근 30년간 봄(91일)과 여름(118일) 일수가 각각 4일 길어졌다. 반대로 가을(69일)은 하루, 겨울(87일)은 1주일 단축됐다. 최근 30년 연평균 기온(12.8도)은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상승했다.

100년 이상 관측 자료를 가진 6개 지역(인천·부산·목포·서울·대구·강릉)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12~2020년 기후 변화 추세를 분석해 보니 지난 109년간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올랐다. 이 지역들의 최초 평년값(1912~194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2020년)간 여름은 20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최근 30년 기준으로 여름(118일)은 가장 긴 계절,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은 계절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온실가스 증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서해안 태안반도에서 채집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1990년 360ppm에서 2020년 420ppm으로 30년간 60ppm(16.7%) 급증했다. 이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발표하는 지구 평균 농도(419ppm)와 비슷한 수치다. 이대로 가면 한반도의 여름은 더 길어지고 더 혹독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이 이어질 경우 2060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3.3도 상승하고, 폭염은 4배(93.4일)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