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마지막 유학자로 유명한 설암 권옥현 선생의 24주기 추모 모임이 3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다이아몬드호텔에서 열리고 있다./모암계

부산의 마지막 정통 유학자로 유명했던 설암 권옥현(1912~1999년) 선생의 2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사극 드라마 찍는가?”…. 지난 3일 오전 11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다이아몬든호텔 1층. 검은 유건(조선시대 유생들이 쓰는 두건)에 흰 도포 차림의 10여명이 등장하자 사람들이 수근댔다. 이들은 동래향교, 김해향교 등의 지역 유림들이었다.

도포 차림의 이성규(68)씨는 “설암 선생 추모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 김해향교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설암 선생 추모 모임에는 허호구 단국대 초빙교수와 허영자 성신여대 명예교수, 박완식 전 전주대 교수 등 그의 제자와 장손 권석근씨 등 후손 8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 모임인 ‘모암계’ 정경주 계장(경성대 명예교수)은 “설암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설암 선생의 넷째 아들인 권해조(80)씨는 “서울, 대구, 합천, 밀양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설암 권옥현의 독사(讀史)와 사실(史實) 수록’이란 주제로 강연한 유영옥 동아대 연구교수는 “부산의 20세기 마지막 정통 한학자 중 한 분인 설암 선생의 역사 관련 저작은 현대의 격랑 속에서 도덕을 고양하고 의리를 드러내려는 성리학적 의지와 노력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설암 선생은 율곡 이이·우암 송시열 선생의 기호학맥을 이은 현대 유학의 거목, 추연 권용현 선생 문하에서 공부하고 부산에 정착, 금남서당을 열어 후학을 길렀다. 설암문집 18권 6책을 저술했다. 그의 제자와 후손들은 지난 2000년 선생을 추모하는 모임인 ‘모암계’를 결성, 매년 6월 추모회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