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청사. /조선DB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진찰도 없이 우편으로 처방전을 발급해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의사가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3-3부(재판장 김기풍)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경남 진주 한 병원 원장으로 근무중이던 2018년 10월 18일쯤 진주교도소에서 수용 중이던 재소자로부터 처방전을 발급해 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이 수감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도 처방전을 작성해 우편으로 보냈다. 이 같은 방식으로 A씨는 2019년 6월까지 총 22명의 제소자에게 94차례에 걸쳐 처방전을 작성해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재소자들이 조현병 악화, 자살, 자해 충동 등을 호소했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것을 우려해 처방전을 발급해줬다” “(진찰없는) 처방전 발급이 위법한 것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의사는 반드시 환자를 진찰하고 나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피고인이 재소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수사기관 진술 내용, 처방전을 발급받은 재소자들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처방한 약 중 향정신성의약품이 다수 있고, 처방 받은 재소자 중 상당수는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바 있지만, 재소자 중 자신이 마약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편지에서 밝힌 경우도 있다”며 “또 A씨 처방전에 따른 약을 복용한 뒤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유사한 환각증상을 보이는 등 재소자들이 사건 처방전에 따른 약을 마약 대용으로 복용한 정황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 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보이지 않고, 원심 형이 너무 무거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어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