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에서 주민 40여명이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슬람 사원 건축 부지에서 한 주민이 철골 구조물을 바라보고 있다./이승규 기자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근 이슬람 사원(모스크) 설치 관련해 주민과 건축주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구 북구청이 건축주에게 부지 이전안을 제시했다. 기존 부지는 북구청이 매입하는 대신 주거 밀집 지역을 제외한 장소에 모스크를 새로 지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 측에서 경북대를 도보로 등교할 수 있는 위치를 요구 조건으로 내걸면서 모스크 설치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모스크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측은 “결국 주거 밀집 지역에 짓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16일 오후 2시 대구 북구청 회의실에선 모스크 건축 관계자 4명과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는 대현동 주민 5명이 북구청 주재로 ‘이슬람 사원 민원중재회의’를 가졌다. 지난 3월 열린 1차 회의에 이어 두번째다.

이날 북구청 측은 건축주에 “주민 반대가 심한데다 불편 민원이 많은만큼 현재 부지에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현재 부지는 북구청이 매입할테니 대로변의 상가건물이나 빈 건물에 새로 모스크를 지어달라”고 제안했다. 건축주 측은 조건부로 북구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청에 따르면 건축주 측은 이전부지가 경북대를 도보로 등교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야하며, 기존과 같은 면적의 모스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주민들은 건축주 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현동 한 주민은 “경북대를 도보로 등교할 수 있는 곳은 대현동·산격동·복현동·신암동 등 대학가 원룸촌이다”라면서 “결국 주민 생활권 내에 짓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16일 오전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설에 찬성하는 신도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승규 기자

모스크 관련 갈등은 앞서 지난해 9월 28일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 밀집 지역에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2종 근린 생활시설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이곳은 연면적 245.14㎡로 지상 2층 규모 모스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처음에 주민들은 이 건물을 신축 빌라 정도로 예상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모스크임을 알게되자 북구청에 건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ㄷ’자 형 밀집 주택가 가운데에 위치한 모스크가 완성될 경우 고요해야 할 가정집에 종교 행사로 인한 소음이 밤낮없이 발생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지난 2월 16일 주민들의 탄원을 받아들인 모스크 건축주 측에서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민들과 반대된 의견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번졌다.

16일 회의를 앞둔 오전에도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각각 모스크 건립에 대해 찬반의 목소리를 냈다. ‘이주 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경북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등 제반 단체 관계자 20여명은 “이슬람 사원 공사 중지 조치는 인종차별과 종교탄압”이라면서 “주민 측의 일방적 민원을 받아들인 조치는 취소돼야한다”며 대구 북구청을 규탄하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제출했다. 이들은 또 “종교의 자유와 문화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극단 세력의 주장은 배제되어야 한다”면서 “대구 북구청의 조치는 평화적 해결을 막는 걸림돌이며 혐오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마당에서 이슬람 사원 건설에 반대하는 대현동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승규 기자

대구 북구청에선 대현동·산격동 주민들로 구성된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 70여명이 “주민들을 혐오·차별 세력으로 몰아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맞불집회를 열었다. 한 주민은 “너무 억울해서 백신 주사 맞고 쉬지도 않고 나왔다”면서 “우리를 혐오세력이라고 말하는 당신들이 사는 아파트 위아래층에 이슬람 사원이 건립된다고 생각해보라, 직접 살아보라”고 했다. 또다른 주민은 “타향에서 고생하는 유학생들은 보듬어야 할 이웃이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구 북구청 측은 향후 건축주와의 논의를 통해 주거 밀집 지역 외에 요구 조건에 맞는 부지를 찾아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