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포항 이가리항에 출몰한 점박이물범. /독자 황용우씨 제공

경북 포항 북구 청하면 이가리항에서 발견된 물범 한 마리가 어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물범을 처음 발견한 이는 어민 최근조(58)씨였다.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포항 북구 이가리항구에 정박 중이던 최씨는 자신의 배에서 그물 작업을 하던 때였다.

최씨는 배 위에서 잠시 쉬고 있을 그때, 물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회색 원형 생명체를 발견했다. 물범과 첫 만남이었다.

23일 오후 포항 이가리항에 출몰한 점박이물범. 6일째 항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독자 황용우씨 제공


거리는 불과 6m. 이때 최씨가 수시로 정어리 등 생선을 물범에게 던져주자 경계심을 푼 물범이 최씨 어선 바로 앞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물범은 24일 현재 6일째 항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최씨는 “처음엔 물범인지 몰랐지만 수시로 고개를 물위로 내밀고 물장구를 치거나 자맥질을 반복하고 있다”며 “낮에 항구 내에서 자주 목격돼 어민들로부터 귀염둥이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포항시 북구 이가리항에 출몰한 점박이물범. 6일째 항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독자 황용우씨 제공

최씨와 주민들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한 뒤 국립수산과학원에 확인한 결과, 이 물범의 종류는 포유류에 속하는 ‘점박이물범’으로 확인됐다.

주로 청어, 오징어 등 작은 어류를 먹는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올해 1월 울릉도에서 점박이물범으로 추정되는 해양 포유류가 목격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선 여름 한때 백령도가 가장 큰 서식지로 형성돼 있지만 최근 들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1940년대 서해 전체에 약 8000마리가 서식했으나 무분별한 남획으로 1980년대 2000마리로 급감했고 2000년대 이후 약 1200마리 미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호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장은 “백령도에서 주로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간혹 동해안에 출몰하는 경우도 있다”며 “러시아 남쪽 또 다른 서식지 물범 무리에서 떨어져 길을 잃은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