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때 사람 마이(많이) 댕길 때(다닐 때) 오지 말고 너거꺼정(너희끼리) 쉬거레이. 올게는(올해는) 코레나(코로나) 마이 돈다 안카나. 꼼짝 말고 집에 들어 앉아있고.”
경북 의성군의 어르신 300여명이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휴대폰으로 추석맞이 영상 편지를 제작해 보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이 있으니 이번 추석에는 찾아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당부와 그래도 보고 싶은 애절한 마음을 담았다.
영상 편지는 의성군이 나서서 지난 14일부터 찍기 시작했다. 의성군 생활지원사 120명이 혼자 사는 어르신 1873명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20초 내외로 촬영을 한 뒤 자녀들에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의성은 전체 인구 5만명 중 40%가 65세 이상이다.
미리 준비한 원고나 리허설 없이 현장에서 바로 촬영해 전송하기 때문에 진한 사투리와 간곡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16일 현재까지 어르신 300여명의 영상 편지가 제작돼 전국에 흩어진 자녀들에게 전송됐다. 의성군은 오는 26일까지 모든 촬영과 영상 편지 전송을 마칠 방침이다.
의성군 안계면의 김송미(82) 할머니는 대구 등 대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안심시키는 내용을 전했다. “손자들하고 모도(모두) 잘 있제? 올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올 생각하지 마그라. 군청 복지관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고 아적(아침)마다 전화도 하니 난 편안하게 잘 있다. 코로나 숙지거든 그때 보자. 안녕~” 김 할머니의 영상 편지에 담긴 내용이다.
김부덕(83) 할머니는 최근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자주 찾아오는 자식들이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코로나가 확산되자 이번 추석에는 절대 오지 말라는 영상을 전했다.
코로나 확산은 명절 분위기조차 바꾸고 있다. 최명화 의성군 생활지원사는 “도회지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코로나 때문에 고향집에 오지 말라는 영상을 찍은 후 ‘그래도 1년에 한두 번 보는 손녀만큼은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시는 일부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고 말했다.
영상 편지 제작 아이디어를 낸 이는 박경숙 의성군 노인복지계장이다. 박 계장은 “일부 어르신이 영상 편지를 제작할 때 겉으로는 ‘올해는 오지 말고 나중에 조용하면 오너라’는 등 고향 집 방문 자제를 이야기하지만, 반어적 표현으로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는 심정을 많이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