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수서차량기지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버금가는 로봇·IT(정보통신)산업 단지로 바뀐다. 수서차량기지 선로 사이에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덮개를 씌운 뒤 그 상부에 빌딩과 아파트, 공원 등을 짓는 방식으로 개발한다.

서울시는 12일 이러한 내용의 ‘수서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로는 그대로 둔 채 넓은 땅을 입체적·복합적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라며 “미국(뉴욕 맨해튼 웨스트), 프랑스(파리 리브 고슈) 등 선진국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0월 프랑스 리브 고슈를 방문해 서울 시내 차량기지에 덮개를 씌워 상부 공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 수서차량기지가 그 첫 사례다.

1994년 문을 연 수서차량기지는 약 20만4000㎡ 크기로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차고지, 정비창 등으로 쓰고 있다. 여기에 덮개를 씌워 9~16층 높이의 빌딩과 아파트, 녹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연면적 66만5000㎡로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의 80%정도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곳을 강남과 판교를 연결하는 서울 동남권 첨단산업 복합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수서·문정 지역을 로봇·IT(정보통신) 산업 특화지구로 개발할 계획인데 수서차량기지가 그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현재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로 인한 지역 간 단절, 소음·진동 문제를 해결하고 막대한 외곽 이전 비용도 아낄 수 있는 새로운 개발 모델”이라며 “다른 차량기지도 순차적으로 복합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는 수서를 포함해 서울교통공사가 소유한 차량기지가 총 8곳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