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1호터널 요금소의 모습.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잠깐 멈춰서 혼잡 통행료 2000원을 내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혼잡 통행료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해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태경 기자

서울 남산 1·3호 터널을 지날 때마다 2000원씩 내는 ‘혼잡 통행료’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혼잡 통행료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단 반대 입장이지만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해보겠다”며 조만간 서울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부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있다.

서울 4대문 안 도심과 한강 이남을 연결하는 남산터널에 혼잡 통행료가 생긴 것은 1996년 11월이다. 서울시는 서울 도심의 교통 혼잡을 줄이겠다며 평일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 사이 남산 1·3호 터널을 오가는 차량에 혼잡 통행료 2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남산 1·3호 터널을 이용하는 차량은 평일 기준 연간 1800여 만대이다. 서울시가 2021년 여기서 걷은 수입은 152억3800만원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혼잡 통행료 폐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논의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27년간 제자리걸음만 했다.

이 문제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 18명이 작년 11월 통행료 부과 근거가 되는 ‘서울시 혼잡 통행료 징수 조례’를 2024년 1월 폐지한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서울시의회에서 혼잡 통행료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회에 이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고광민 시의원은 “실시간 내비게이션으로 빠른 길을 찾아가는 시대에 혼잡 통행료로 교통량을 분산한다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다수 의원이 폐지에 공감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강남이 4대문 안보다 더 혼잡한데 남산터널에만 혼잡 통행료를 물리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

교통위원회 소속 김혜지 시의원은 “서울 도심에 진입하는 차뿐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차까지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때문에 남산터널을 이용해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통행료를 이중으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숙 시의원도 “남산터널의 교통량이 인근 우회 도로로 몰려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통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작년 12월 한국갤럽이 서울에 사는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68.1%)은 통행료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료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교통량 감소 효과 미흡’(29.6%) ‘통행료 부담’(24.0%) ‘도심 밖으로 나가는 차량에 대한 부당한 통행료 부과’(19.4%) 등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혼잡 통행료는 도심 교통난 완화뿐 아니라 대기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논평을 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혼잡 통행료를 오히려 확대해 교통량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27년간 2000원인 혼잡 통행료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혼잡통행료를 바로 폐지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혼잡 통행료 부과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시에 따르면 남산 1·3호 터널의 평균 통행 속도는 1996년 시속 21.6㎞에서 2021년 38.2㎞로 16.6㎞ 빨라졌다. 하루 평균 교통량은 같은 기간 9만404대에서 7만1868대로 20.5% 감소했다.

서울시로선 연간 150억원이 넘는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시는 이 돈을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원, 저상버스 도입, 자전거 도로 확충 등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단 15일부터 서울연구원과 ‘서울시 혼잡 통행료 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남산터널의 혼잡 통행료를 폐지하는 방안뿐 아니라 강남, 여의도 등 다른 혼잡 지역으로 혼잡 통행료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 영국 런던처럼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차에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일 “시청 실무진까지 참여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재검토해 보려는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개선 방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