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은행나무 암나무에 수나무 나뭇가지를 접붙여 은행 열매가 열리지 않도록 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매년 가을 은행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생기는 악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은행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 나뭇가지를 암나무에 접목(接木)하는 시범 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라며 “열매 품종 개량 등을 위해 쓰이는 접목을 가로수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수나무에는 열리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암나무의 기존 가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수나무 가지를 접목하면 그 나뭇가지에서는 열매가 열리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접목 시범 사업은 국립산림과학원 자문을 받아 송파구 잠실운동장 인근의 은행나무 암나무 3그루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나뭇가지 지름이 3㎝ 미만인 1그루와 3㎝를 넘는 1그루에 대해 각각 접목을 실시하고, 다른 1그루는 접목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둬서 비교 관찰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이 효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은행 열매 악취 제거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은행 열매 악취를 막기 위해 매년 수나무로 바꿔 심기, 열매 그물망 설치 등을 진행해 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은행나무 수나무 60그루를 새로 심을 경우 약 1억2000만원이 든다. 암나무 60그루에 대해 열매 그물망을 설치할 경우엔 약 6000만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암나무 60그루에 접목을 실시하면 500만~10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접목 방식은 잘 자란 암나무를 베지 않고도 은행 열매 악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은행나무에 특별히 나쁜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2020년 말 기준 서울시내 가로수 총 30만5086그루 중 은행나무는 10만6205그루로 34.8%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