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기슭에 자리하면서도 도심권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신양파크호텔. 이 호텔 일대에 경관을 훼손하는 주택단지가 들어서려 하자, 광주시가 이를 막기 위해 호텔을 2021년 사들였다. 그러나 적절한 활용 방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지난 28일 찾은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신양파크호텔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무등산 장원봉 자락에 자리 잡은 6층짜리 이 호텔 외벽은 빛이 바랬고, 주변엔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수년째 방치된 건물과 부지는 흉물이 되어가는 듯했다. 1980~90년대 광주 지역 최고 호텔로 전성기를 구가한 자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행업을 하는 김모(58)씨는 “한때는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 기슭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쓸쓸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이제는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광주시가 광주를 대표하던 신양파크호텔을 매입한 뒤 구체적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81년 문을 연 신양파크호텔은 무등산의 풍광과 청정한 공기, 도심권 조망 등으로 한때 호황을 누렸으나 2019년 12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광주시는 지난 2021년 신양파크호텔(총 6층, 부지 4만993㎡)을 소유한 업체에서 367억3000만원에 호텔과 부지를 매입하기로 계약, 지금까지 대금을 대부분 지급하고 잔금 1억7000만원을 남겨놓고 있다. 당시 건설 회사가 이 호텔을 철거하고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타운하우스 13동(96가구)을 지으려 하자, 무등산 경관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시가 사들인 것이었다. 당시 환경 단체들이 시에 매입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매입 이후 ‘무등산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관·정협의회’를 구성해 16차례 협의를 했다. 이 협의회는 2021년 11월 호텔과 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호텔 부지는 생태 정원으로 조성하고, 호텔은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해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생태 시민 호텔’, 문화·정보 교육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활용 방안은 지난 해 7월 강기정 광주시장 취임 이후 백지화됐다. 강 시장은 “호텔을 리모델링하고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활용도에 비해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시장은 관리비 등 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가 호텔을 운영할 경우 막대한 관리비로 매년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민·관·정협의회에서 논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협의회에서는 호텔 철거 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존의 활용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다시 찾아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협의회에 참여한 허민(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공동의장) 전남대 교수는 “생태 호텔은 예시에 불과할 뿐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며 “다양한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사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탁용석 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육 공간이나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말했다. 광주를 상징하는 시티 타워를 세우거나,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 사회 단체에서는 무등산 환경 보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광주의 상징 중 하나인 무등산은 지난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이처럼 의견은 분분하지만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 업무를 주관할 부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관·정협의회도 지난해 10월 이후 열지 못하고 있다. 민·관·정협의회 측은 “공식적으로 시의 입장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관련 업무가 표류하고 있는 양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관련된 부서가 많아 업무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며 “올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본 연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