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의 도심 휴식처인 풍암호수 전경이다. 호수의 수질이 갈수록 나빠지자, 광주시가 수질을 개선하고 호수 변을 공원화하는 시책을 추진 중이다. 시민들은 “호수를 원형대로 보전하자”며 반대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가장 큰 호수인 풍암호수가 갈수록 녹조와 악취에 시달리자, 광주시가 수질을 개선하고 공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 사회단체 등이 나서 “호수가 매립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서 가장 큰 공원인 중앙공원(302만8000㎡) 일부에 민간 아파트 건축과 공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공원을 조성하고 대신 일부 용지를 개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원 일부를 개발하는 민간 사업자가 이 공원에 있는 풍암호수(11만9814㎡)를 농어촌공사에서 340억원에 사들인 다음, 278억원을 들여 수질을 대폭 개선하고 호수 일원을 공원화하는 사업을 내년 4월 시작할 예정이다. 사업은 202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1956년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된 광주시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는 1990년대부터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 시민 휴식처로 사랑받아 왔지만, 매년 여름 녹조·악취가 나타나면서 민원도 많이 발생했다. 수질은 약간 나쁘거나 나쁜 4~5등급 수준이다.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호수 변을 산책한다.

이에 따라 시는 이곳을 인천 청라호수공원처럼 수질을 개선하고, 편의 시설을 갖춘 도심 호수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호수 면적을 현재 11만9814㎡에서 10만1270㎡로 줄이고, 평균 수심을 현재 2.84m(최고 4.19m)에서 수질 관리에 적합한 1.5m(최고 2.5m)로 낮출 계획이다. 총저수량도 현재 34만6262t에서 14만9386t으로 줄일 예정이다. 대신 지하수를 하루 최고 1000t 호수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물놀이장, 산책로, 수변 카페 등을 갖춘 호수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과 사회단체 등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풍암동주민자치위를 비롯한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은 ‘호수 매립 반대’를 내세우며 ‘호수 원형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평균 수심을 낮추고 담수량을 줄이는 것은 결국 호수 매립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호수 산책로에 ‘풍암호수 매립 반대’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수십 장 내걸었다. 진용경 풍암동주민자치회장은 “주민 5000명이 매립 반대 서명을 한 만큼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진상 동신대교수(도시계획학과)는 “수심이 낮아진 상태에서 수온이 높아질 경우 녹조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호수 바닥에 오염원이 가라앉기 쉽다”고 말했다. 이용운 전남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과)는 “토사가 조금이라도 유입되면 호수 특징을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적정 수심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는 ‘호수 완전 매립’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시는 수질 개선 방안이 주민들에게 ‘완전 매립’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적정하게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수심과 저수량, 친수 공간 확보 등을 위한 일부 조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인천 청라호수 사례를 들어 평균 수심 1.5m 상태에서 수질 1~2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수질 1~2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녹조·악취를 유발하는 빗물과 생활 오수 등 오염원이 호수에 유입되지 않도록 별도 관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오염 성분을 배출하는 호수 옆 장미 단지도 이전할 예정이다. 아울러 싱크홀(웅덩이) 발생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150m 아래 암반층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해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는 바로 알리겠다”고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깨끗한 수질을 갖기 위한 방안과 저수지 원형을 유지하자는 방안이 양립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주민 협의체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주민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