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에 몰린 시민들 - 지난 2012년 무등산 정상을 개방했을 때의 모습. 당시 시민 3만여 명이 정상 부근을 탐방했다. 방공포대가 주둔한 곳은 가장 고도가 높은 천왕봉으로 이곳은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김영근 기자

광주광역시가 무등산 정상에 56년째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방공포대) 이전을 다시 추진하면서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주의 대표적 상징인 무등산 정상은 1966년부터 방공포대가 주둔하면서 일반인 탐방이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무등산 정상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광주시와 국방부는 부대 이전 자체에는 큰 이견(異見)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전이 적합하다’는 작전 측면의 판단과 이전 후보지 주민 동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6일 광주시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광주시·국방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 합동토의’에서 광주시가 “오는 2023년 12월 전까지 방공포대 이전 로드맵(이전 계획과 추진 일정)을 제시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국방부도 로드맵 제시에 동의했다. 광주시는 5년마다 무등산 정상부(공유재산)의 점·사용 허가를 해왔는데, 내년 말이 허가 기한이 끝나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내년 말까지 15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이전 후보지를 찾기 위한 용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이전용역비 15억원을 매년 편성해 왔지만, 이전 후보지 주민의 반발 등으로 논의가 중단되면서 실제 용역을 진행하지 못했다.

국방부가 추진 일정 제시에 동의한 것을 계기로 이전 논의가 다시 시작되자 환경단체 등 지역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2015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이전 추진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허언(虛言)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실현되기를 갈망한다”고 밝혔다. 무등산지키기시민연대도 “군부대 이전과 정상 복원 논의가 중단되지 않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5년 광주시, 국방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군부대 이전 대상지 선정과 해당 지자체 및 주민 설득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무등산 정상의 자연환경을 복원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광주군공항 영내(광산구), 동곡동 예비군훈련장(광산구), 서창동(서구) 등 3곳을 이전 후보지로 올려놓았으나, 주민·구의회 등의 반대로 2017년 무산됐다.

광주시는 이전 후보지를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방침이다. 김광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광주 군공항 영내로 이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군공항을 포함해 여러 곳의 이전 후보지를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부의 점·사용 허가권을 고리로 국방부를 압박하면서 “무기와 장비의 첨단화에 따라 방공포대가 반드시 산 정상에 위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방공포대를 이전하려면 군사작전 수행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며, 이전 예정 지자체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방공포대를 광주 군공항으로 우선 이전해 달라는 광주시의 요구에 대해서도 “군공항 이전 논의가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포대 이전 후 군공항과 함께 또다시 이전하는 방안은 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방공포대 이전 추진 일정이 나오더라도, 향후 이전지 결정에 이어 실제 이전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는 오는 8일 코로나로 중단됐던 무등산 정상부 개방 행사를 3년 만에 재개한다. 서석대~군부대 후문~인왕봉·지왕봉~군부대 정문에 이르는 900m 구간을 시민들이 탐방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2011년부터 봄·가을을 중심으로 1년에 2~4차례씩만 무등산 정상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지금까지 24차례 개방 행사를 통해 45만명이 정상을 탐방했다. 무등산은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진 경치로 유명하다. 광주시는 방공포대 이전과 함께 무등산 정상 상시 개방도 앞당길 수 있도록 군 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