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시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 일부인 동구 필문대로상에 복공판을 설치, 공사하고 있다. 시민들은 특히 출퇴근 때 교통 불편을 심하게 겪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개통이 늦어진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에 사는 김모(58) 씨는 14일 “시내 도로가 공사판인데 언제까지 공사를 계속한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3년쯤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는 것으로 알고, 2호선이 지나가게 되는 남구 방림동으로 오는 9월 이사할 예정이다. 그는 공사에 따른 불편은 감수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개통이 3년 이상 늦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광역시는 2019년부터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공사 진척도는 38%다. 1단계 구간을 6공구로 나눠 공사하고 있다. 1단계 구간은 차량 기지(서구 유덕동)~시청~상무역~월드컵 경기장~백운광장~조선대~광주역(17.0㎞)이다. 상무대로(서구 상무역~운천저수지)는 9차로 중 세 차로에 차단 시설과 복공판을 설치, 지하에 철제 기둥을 박거나 흙을 파내고 있다. 상무대로를 비롯, 필문대로(북구 풍향동 사거리~동구 학동 남광주 교차로), 월드컵 경기장(서구 풍암동), 백운광장(남구 백운동) 일대 등 시내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져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광주시는 지하철 2호선(총연장 41.84㎞)을 오는 2024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총사업비 2조2008억원, 국비 60%, 시비 30%, 지방채 10%)으로 3단계로 나눠 추진해왔다. 1단계는 2023년, 2~3단계는 202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다. 2단계는 광주역~전남대~일곡지구~첨단지구~수완지구~운남지구~차량기지(20.0㎞), 3단계는 백운광장~효천지구(4.84㎞)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완공 시기를 개통 시기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오는 20일까지 활동하는 광주시장직인수위가 이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인수위는 시정 전반에 대한 평가·진단을 하면서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돼온 지하철 2호선 건설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데 그동안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하철 건설을 담당한 실무 부서와 함께 종합 진단한 결과 1단계는 2025년 말 완공한 뒤 1년간의 모의 주행 기간을 거쳐 2026년 이후 개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소 3년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2단계는 5년 이상 늦어지고, 3단계는 타당성 검토 후 재결정될 것으로 보여 착공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기가 지연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1단계는 일부 구간(광주천 통과 구간)을 당초 계획 7m에서 12m로 더 깊이 파야 하고, 여러 구간에서 예상치 못했던 통신선로·상수관로 등 장애물이 돌출했다. 이에 따라 공법을 바꾸느라 공사가 늦어지고, 공사비 증가분도 확보되지 않아 공기 지연을 부채질하고 있다.

2단계 구간은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비를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못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최소 1년 6개월 이전에 사업비를 확정해야 했다. 2단계 구간 중, 당초 지상 구간이었던 첨단지구 교차로, 임방울대로 일부, 광신대교(영산강 통과 구간) 등 세 구간(3.1㎞)을 지하화하기로 설계도 변경했다. 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설계 변경, 자재·인건비를 포함한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해 최소 7000억원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초 계획된 총사업비 2조2008억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3단계 지선 구간은 사업비 2022억원 가운데 현재 5억원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2호선 개통 시기가 늦어지게 됐다는 진단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3단계 구간 부근에 사는 시민들은 “지하철이 안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상무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54)씨는 “공사 때문에 통행 불편으로 손님이 떨어져 힘든데 더 참아야 하느냐”고 했다. 공인중개사 김모(59)씨는 “2호선 구간에서 역세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부동산을 거래했던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올해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