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삼성바이오로직스(위 사진)와 셀트리온 2공장(아래 사진)의 모습. 최근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송도에 공장, 연구 시설 등을 짓기로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데 이어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도 합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송도가 국내 최대 ‘바이오클러스터’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송도에 신공장인 ‘롯데 바이오 캠퍼스’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의향서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했다. 투자 규모가 총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12만ℓ 생산 규모의 1공장을 올해 하반기 중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는데, 공장이 들어설 장소로 송도를 확정한 것이다. 롯데 측은 2025년 하반기에 1공장을 준공한 후 2027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어 1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공장 2곳을 송도에 더 건설해 총 36만ℓ의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송도에 ‘글로벌 연구·공정개발(R&P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총 325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센터에는 최첨단 연구시설, 글로벌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오픈 랩(Open Lab) 등이 들어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도 송도로 옮길 예정이다.

송도에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1~3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두 입주해 있다. 여기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들어서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연구의 중심지 기능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로 기업들이 계속 몰려드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송도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고 공항과 항만이 가까워 원부자재 조달과 수출입 경비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 접근성도 좋아 인력 확보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단일 도시를 기준으로 할 때 송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은 88만ℓ로 세계 1위다. 2위는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 화이자가 있는 미국 보스턴(66만ℓ)이며, 미국 샌프란시스코(51만ℓ)와 싱가포르(32만ℓ)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바이오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생산하는 해외 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입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 생명과학기업 싸토리우스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소부장 제품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싸토리우스는 3억달러(약 3738억원)를 들여 2025년까지 송도에 대규모 생산·연구 시설을 짓는다. 또 프랑스의 글로벌 기업 생고뱅도 2020년1월 송도에 연면적 1만3293㎡ 규모의 제조시설을 준공했다.

기업뿐 아니라 바이오 관련 인력 양성 기관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이 가능한 병원시설도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기관인 ‘바이오 공정 인력양성센터’가 착공한다. 내년 말까지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안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만들어진다. 이 센터에서 연간 2000명의 바이오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 착공한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2026년 말까지 문을 연다.

하지만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는 연구 분야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아직 송도는 생산 기업 위주”라며 “신약 개발 등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연구소와 R&D(연구개발) 기업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에 둥지를 튼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신규 투자 유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9일 바이오 전문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명실공히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