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겸 매표소가 지난 1일 텅 비어 있다. 2020년 6월 문을 연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코로나 발생 후 중국이 해상 여객 운송을 금지하면서 개장 후 2년 5개월째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고석태 기자

지난 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겸 매표소 주변에 일반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공공근로를 하는 사람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단둥, 칭다오, 다롄, 위하이 등 중국 항구로 가는 표를 파는 매표 창구도 근무자 없이 폐쇄된 상태였다.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정수빈(27)씨는 “하루에 많아야 5명 정도 응대한다”며 “국내 여객선 터미널이나 인천국제공항으로 잘못 알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가끔 전화로 ‘여객 운송이 언제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에 산다는 공공근로자 신모(67)씨는 “예전엔 국제여객터미널이 중국을 왕래하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활기에 넘쳤는데 지금은 너무 쓸쓸한 분위기”라며 “빨리 정상을 되찾아야 할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설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코로나 여파로 개장 후 2년 5개월째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여객선 운영 업체와 직원들, 지역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해운업계와 상인들은 정부가 중국과의 여객 운송 재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2020년 6월 15일 문을 열었다. 정부가 1400억원, 인천항만공사가 5305억원 등 총 6705억원을 투입했다. 지상 5층 규모에 연면적 6만6789㎡로 축구장 9개 면적보다 넓다. 3만t급 카페리(차와 여객을 함께 실을 수 있는 여객선)선 6척과 5만t급 카페리선 1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시는 국제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시내버스 2개 노선을 배차하며 승객 맞이 준비를 마쳤지만 지금은 터미널 직원들만 이용하고 있다.

터미널이 문을 열면서 인천 연안부두의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인천 내항의 제2국제여객터미널로 나뉘어 운항하던 한중 카페리가 모두 이곳으로 이전했다. 인천항과 중국 10개 항구를 잇는 한중 카페리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엔 이용객이 102만7019명을 기록할 만큼 활발했다. 카페리 운임이 항공료에 비해 3분의 1 정도여서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들이나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후 중국이 봉쇄에 중점을 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해상 여객 운송을 금지하면서 국제여객터미널은 여객 없이 화물만 드나들고 있다.

손님이 없으니 터미널에 입주했던 편의점과 식당, 여행사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편의점 점주 김모씨는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매달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면서도 올 2월까지 영업과 휴업을 반복했다”며 “무작정 놀 수 없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출금 이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구내 식당을 운영하다 휴업 중인 고모씨도 “빨리 여객 운송이 정상화돼서 시설 투자비라도 건졌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4층 출국장에 마련된 면세점도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사업자가 계약을 포기했다.

터미널 3층엔 한·중 카페리를 운영하는 9개 선사의 사무실이 모여 있다. 한 선사의 경영기획 이사 A씨는 “선사 매출 중 40%를 차지하는 여객 운송이 재개되지 않고 있으니 적자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나마 화물 운송이 좀 늘어나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 지역 카페리를 이용한 한·중 간 화물 운송은 2019년 42만840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2021년엔 50만171TEU로 약 20%가량 늘었다.

한·중 카페리협회 최용석 사무국장은 10일 “많은 선사들이 정리해고를 실시해 여객 업무 종사자 등 직원들이 배달 등 다른 직종으로 떠났다”며 “여행사와 소상공인 등 한·중 카페리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서민들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지난달 28일 한·일 카페리가 2년 반 만에 정상화됐지만 한·중 카페리는 언제 재개될지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터미널이 정상 운영돼야 인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