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발표한 행정구역 개편 계획을 놓고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들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가 27년 만에 행정구역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하자 당장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세수 감소 등의 여파가 예상되는 원도심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31일 시청에서 행정구역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행 2군·8구인 행정구역 체계를 2군·9구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유 시장은 “1995년 만들어진 현행 행정구역이 27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생활권과 인구 규모에 적합하도록 현행 2군·8구인 행정구역 체계를 2군·9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인구 14만명의 중구와 6만명의 동구를 통합해 영종도 중심의 영종구(10만명)와 중구·동구 내륙 지역의 제물포구(10만명)로 분리하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현재 중구 소속이지만 중구·동구 내륙 지역과 생활권이 동떨어져 있어 분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또 인구 57만명의 서구는 검단 지역을 분리해 검단구(19만명)를 신설하고, 나머지 지역의 서구(38만명)를 존치하도록 했다.

유 시장은 “1995년 만들어진 현행 체제는 27년간 행정·사회적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치구 개편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관련 법률 제정 등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 이전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주민 복지와 편익 증진을 위해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시 관계자는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 같은 구로 묶여 있어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 발전 동력 확보를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인천의 주민등록 인구는 1995년 235만명에서 올해 7월 기준 296만명으로 61만명이 늘어났지만 행정구역 체계는 27년 전 그대로다. 이 때문에 기초지자체당 평균 인구수는 29만6000명으로 전국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다. 부산시의 경우 전체 인구가 333만명으로 인천과 비슷하지만 기초지자체당 평균 인구수는 20만8000명이다.

하지만 당장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31일 성명을 내고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 시민 의견수렴 과정은커녕 시의회 행정안전위에 보고도 없었고 해당 지역 소속 국회의원과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정책은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 지역 주민들은 환영 의사를 내비치는 반면, 구도심인 중구 신포동 및 신흥동, 동인천동 지역 주민들은 원도심 침체가 가중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재원 전 영종국제도시 총연합회 부회장은 1일 “영종구가 독립하면 예산 편성이나 행정 집중 측면에서 영종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종 주민 이모씨도 “영종도는 중구 내륙 지역과 생활권이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직접 연결되는 도로가 없어 같은 구임에도 이동하는 데 차로 무려 1시간 30분이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도심인 중구 신흥동 주민 장모씨는 “영종도가 떨어져 나가면 세수가 감소해 중구 원도심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원도심 발전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무작정 분리하는 것은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했다. 유정복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정헌 중구청장은 “영종도가 분구된다면 중구 구도심과 동구가 합쳐지는 제물포구는 이렇다 할 기업이나 큰 행정기관이 없어 재정자립도가 10%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구청장은 “지역 발전 방안을 내놓아야 원도심 주민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신도시 지역에서도 찬반 의견이 나온다. 구가 신설되는 검단 신도시 지역에선 환영하고 있다. 검단 주민 총연합회 주경숙 간사는 “검단구가 독립한다면 검단 발전에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송도 분구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송도 온라인 커뮤니티 ‘올댓송도’의 김성훈 대표는 “연수구 원도심과 송도국제도시는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지역이기 때문에 분구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의 행정구역 개편이 실현되려면 관계 자치구의회 및 시의회 의견 수렴, 행정안전부 검토, 국회 관련법 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총장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민들의 불만이 없도록 의견 수렴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