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담배 제조사인 KT&G 연구원 출신이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 담배 기술을 발명했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회사를 상대로 1000억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재유는 “우선 1000억원을 일부 청구했고, KT&G 측과 협상 경과에 따라 2조8000억원까지 청구 금액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재유는 24일 “KT&G 연구원 출신 곽모씨의 (전자 담배 기술) 발명으로 KT&G가 얻었거나 얻을 수 있는 수익, 해외에 발명을 출원·등록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손실 등 총액을 84조9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이 중 2조8000억원을 직무상 발명에 대한 보상금으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법무법인에 따르면, 곽씨는 1991년 KT&G의 전신인 한국인삼연초연구소에 입사했고, 지난 2005년 전기 가열식 궐련형 전자 담배 개발에 착수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뱃잎을 태워 피우는 방식이 아닌 전용 스틱을 전자기기에 끼워 가열한 뒤 발생하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곽씨는 2005년 담배를 직접 가열하는 발열체를 탑재한 전자담배 디바이스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어 전자담배 디바이스에 적합한 스틱을 제조, 2007년 6월 특허를 출원하는 등 전자담배 발열체와 디바이스, 스틱을 포함한 전자담배 일체 세트 개발을 완성했다. 곽씨는 이후에도 후속 연구를 제안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0년 구조조정으로 퇴사하게 됐다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곽씨의 직무발명을 승계한 회사는 기술 중 일부를 국내에 출원했으나 대부분의 직무발명을 권리화하지 않았고, 특히 해외에는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하고도 해외 특허가 없어 글로벌 유명 A 담배 회사가 2017년부터 내부 가열식 전자담배를 우리나라에 출시해 판매하게 됐다는 것이 곽씨의 주장이다.

그는 직무발명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했다. 퇴사 이후 1년 동안 기술고문으로 있으면서 2000만원의 선급금과 1년치 월급 7500만원 등 950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인데, 이는 기술고문 계약에 따른 급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곽씨가 산출한 보상액 근거로는 회사 매출액뿐 아니라 회사가 해외 특허 출원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곽씨가 2007년 등록한 특허를 통해 권리 보유기간(20년) 동안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예상 매출액 8조8000억원에 더해 외국 경쟁사인 A 회사의 70조7000억원 매출 이익 중 KT&G 몫으로 추정되는 2조8000억원의 손해, A사가 자사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해 특허를 침해했는데도 KT&G가 이를 방치해 얻은 이익도 직무발명 보상금 산정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이미 기술고문 계약을 통해 직무발명 관련 적정한 보상금을 내부 검토를 통해 지급했고, 곽씨도 이를 수용하고 추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동의한 계약서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특허들은 현재 생산되는 제품들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고, 이미 보상금을 지급받은 퇴직자가 부당한 주장을 지속한다면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허가 해외 등록됐더라면 A회사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상업화를 장담하기 어려워 해외 출원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판매되는 A사의 제품은 해당 특허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며, A사는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 초기모델을 1998년 출시한 바 있다”고 곽씨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