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주변 골목. /박정일 사진작가

경부선과 호남선 개통으로 철도교통의 중심도시로 부상한 대전 소제동 100년 역사의 현장 모습이 사진작품으로 선보인다.

도시 개발로 사라지는 근대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박정일 작가는 26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대구 중구 미르치과병원 내 ‘갤러리 미르’에서 ‘소제’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박 작가는 이번 사진전에서 대전시 동구 소제동 대전역 철도관사마을 주변을 찍은 사진을 선보인다.

일제 강점기때 만들어진 철도보급창고. 지난해 9월 대전역 광장으로 옮겨놓은 모습. /박정일 사진작가

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부설됐다. 이어 1914년에는 호남선까지 개통되면서 철도교통을 중심지로 자리 잡아 근대 도시로 성장했다. 이때 만들어진 철도역사, 교량, 터널, 관사 등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과 함께 대전의 근대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대전역 동쪽 소제동에는 1920년대부터 소제호수를 매립해 만든 철도관사촌이 조성됐다.

대전 소제동 한 골목. 온기가 없어진 폐가 주위로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박정일 사진작가

현재 철도관사마을은 관사를 비롯해 빈집이 방치돼 있고 주차 공간을 비롯해 각종 생활 기반 시설이 부족해 거주 환경이 악화했다. 대전시는 이곳을 재개발하고 재정비해 상업복합시설을 만들 방침이다.

박 작가는 최근 소제동을 찾아 재개발로 곧 모든 것이 시야에서 사라질 역사문화의 흔적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포항 출신인 박 작가는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2019년 홍콩의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와 함께 극렬했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때부터 물리학자를 포기하고 사진작가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전 중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박정일 사진작가

그는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 조성으로 사라지는 바닷가 홍티마을, 경주 천북면 한센인 집단마을인 희망농원, 근대산업유산인 의성 성광성냥공업사 등도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 전국에 알렸다.

박 작가는 “지역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그것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주민 삶까지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 시대의 흔적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순환성이 하나의 연결된 선상에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