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현장감식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경찰과 소방 당국은 카카오톡 장애 등을 부른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캠퍼스(데이터센터) 화재가 지하층 전기실 내 배터리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소방 당국은 16일 1차 감식을 진행한 뒤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점으로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 내에 있는 UPS(무정전 전원 장치)를 지목했다. UPS는 정전 등으로 전력 공급이 갑자기 끊길 경우 전력을 일정 시간 대체 공급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UPS는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작은 배터리를 보관하는 랙(선반)들이 모여 있는 형태다.

경찰은 전기실 내 30여 세트의 UPS 중 1세트가 완전히 불에 탄 것을 확인했다. UPS 1세트는 5개의 랙(선반)으로 구성됐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배터리가 놓인 특정 선반 5개가 전소한 상태”라며 “배터리 또는 선반 주변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배터리 또는 주변 배선 문제 등으로 인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소한 UPS 주변의 다른 장치들도 일부 불에 그을리는 피해를 당했지만 불이 주변으로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17일 오전 11시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과 추가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SK C&C의 배터리 관리와 화재 대비 프로세스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논란거리다. 서버 업계 관계자는 “불이 난 전기실은 예비 전력실이고, 예비 전력용 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이라며 “전력실 화재 발생 시 냉각 가스가 자동으로 나와 진화하게 되는데 SK C&C가 충분한 가스 용량을 채워넣지 않아 물로 화재를 진압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완종 SK C&C 클라우드 부문장은 화재 상황을 예상한 대책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극단적 상황은 처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번 계기로 최악(워스트)의 케이스까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지하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8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46분쯤 완전 진화됐다. 이 건물은 규모가 지상 6층, 지하 4층으로 연면적은 6만7000여㎡다. 이번 화재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에 있던 약 20명이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