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 케이블카가 ‘관광 전남’을 견인하고 있다.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여수와 목포에 이어, 해남과 진도를 잇는 울돌목 해상 케이블카가 오는 9월 개통한다. 전남에 ‘해상 케이블카 트로이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그 사이를 빨간 해상 케이블카가 쇠줄에 매달려 오가고 있다. 총길이가 3.23㎞에 달해 국내 최장(最長)으로 꼽히는 목포 해상 케이블카다. 목포와 여수에 이어 오는 9월 울돌목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하면 전남에 ‘해상 케이블카 트로이카’ 시대가 열린다. /김영근 기자

지난 1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죽교동 북항 해상 케이블카 승강장. 마스크를 쓴 관광객 20여 명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었다. 국내 최장(最長) 해상 케이블카로, 총길이가 3.23㎞에 달한다. 산과 바다, 도심 위를 가로지른다. 한병석(60·경기 성남시)씨는 “목포 명물을 체험하러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3~4명씩 탑승한 빨간색 캐빈(cabin)이 유달산 정상(해발 228m)을 향해 출발했다. 눈 아래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이 보였다. 고개를 돌리자 섬이 점점이 흩어진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항 승강장에서 출발한 지 8분 만에 중간역인 유달산 승강장에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나무 계단을 10분쯤 오르자 마당 바위에 닿았다. 산 아래에서 걸어서 오르면 1시간쯤 걸리는데, 18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유달산 정상 부근을 30분쯤 돌아본 뒤 다시 캐빈에 몸을 실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155m 주탑을 거쳐 820m 해상 구간을 횡단하며 고하도 승강장에 도착했다. 1.5㎞ 길이 해안 산책로도 둘러봤다.

◇'한국 관광 100선'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

3.23㎞ 편도는 22분, 6.46㎞ 왕복 코스는 44분이 걸린다. 강철 줄에 매달린 캐빈은 총 55대. 대당 탑승 정원은 10명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4명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같은 집에 거주하는 직계가족은 5인 이상 탑승을 허용했다. 승강장은 북항, 유달산, 고하도 3곳으로, 어디서든 편도와 왕복 코스 탑승이 가능했다.

목포 해상 케이블카 (3.23㎞)

정진표 목포해상케이블카 팀장은 “최근 주말 하루 탑승객이 3000명에 달한다”며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개통한 목포 해상 케이블카는 그해 3개월여 만에 관광객 58만3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탑승객이 급감해 70만여 명에 그쳤다.

관광용 해상 케이블카 도입은 목포의 숙원이었다. 목포해상케이블카가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15년 10월 착공해 4년여 만에 완성했다. 해상 케이블카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목포시는 “생산 유발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각각 791억원, 3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성인 일반 탑승 요금은 2만2000원. 목포시 관계자는 “한 사람이 탑승료를 포함해 식당과 주요 관광지 등에서 하루 10만원 안팎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목포 해상 케이블카는 지난달 1일 ’2021~2022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도심, 바다와 섬, 산과 다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돌목 해상 케이블카는 9월 개통

목포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명량대첩 승전지’ 울돌목 주변에선 해상 케이블카 공사가 한창이었다. 높이 83m 주탑을 비롯해 해남 우수영 관광지와 진도 녹진 관광지에 들어서는 승강장 건물 2곳이 완성돼 있었다. 전라우수영 앞바다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때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상대해 대승을 거둔 조선 수군 3대 승첩지 중 하나다.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0.96㎞ 길이 해상 케이블카는 오는 8월 시험 운행을 거쳐 9월 개통한다. 10인승 캐빈 26대를 갖췄다. 울돌목해상케이블카가 362억원을 투자했다. 명현관 해남군수와 이동진 진도군수는 “관광객 유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는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해마다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이 찾는 ‘해양 관광 1번지’로 거듭났다. 핵심 관광 상품이 2014년 12월 개통한 여수 해상 케이블카다. 돌산공원과 자산공원 1.5㎞ 바다 구간을 오간다. 80m 상공에 매달린 캐빈에서 굽어본 여수 바다는 은빛과 쪽빛으로 시시각각 변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일출 때 산봉우리가 자주색으로 변해 이름 붙여진 자산공원은 여수의 3대 일출 감상 명소”라며 “여수의 자랑 오동도가 지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