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감독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았다니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지난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CGV광주상무에서 영화 ‘건국전쟁’ 시사회가 끝나자 중년의 관객이 김덕영(59) 감독에게 다가왔다. ‘건국전쟁’은 독립과 건국, 자유민주주의 수립을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관객은 “저는 민주당 20년 지지자”라며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31일 본지 통화에서 “광주 분들이 이 대통령 다큐를 얼마나 봐주실지 걱정이 됐는데, 실제 반응을 보고 안심이 됐다”며 “제대로 된 역사 알리기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일 전국 개봉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이날 시사회는 상영관 224석이 거의 들어찼다.

이날 시사회는 ‘건국전쟁’의 15번째이자 마지막 시사회였다. 호남의길, 호남대안포럼 등 시민 단체가 앞장서 후원을 맡고 홍보를 도왔다. 김 감독은 “호남의 심장인 광주야말로 이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56년 5월 제3대 대통령 선거 때는 이 대통령의 전남 지지율(72.1%)이 경북 지지율(55.3%)보다 높았다. 당시만 해도 ‘전라도가 우파의 본산’이었다. 김 감독은 “이후 일부 세력에 의해 이 대통령에 대한 곡해가 깊어졌다”며 “이번 다큐로 많은 분들이 올바른 사실을 알게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에서 시사회를 찾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돌아가신 이승만 박사가 다시 살아서 나오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며 “건국 대통령을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으면 그 이후 대한민국 역사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황식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영화를 보다가 서너 군데서 눈물을 흘렸다”며 “온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CGV광주상무에서 지난 30일 오후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시사회가 끝난 후 관객들과 제작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시사회는 224석이 거의 찰 만큼 열기가 높았다. /다큐스토리

‘건국전쟁’은 3년간 제작비 2억원을 들여 만든 100분 분량의 작품이다. 국내외 연구자 등 20여 명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일부에서 독재자로만 폄훼해온 이 대통령을 독립과 건국을 위해 애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재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사실(史實)이 공개된다. 1954년 8월 국빈 자격으로 방미 중이던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영웅 행진’ 카퍼레이드를 하는 동영상도 발굴해 담았다. ‘영웅 행진’은 뉴욕시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등 역사적 공헌을 남긴 인사들에 한해서만 벌였던 공식 행사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여권(女權) 신장을 이끈 지도자였던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948년 20세 이상 전국 모든 남녀가 모든 선거에서 평등한 투표권을 갖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이 전근대 왕조국가를 막 벗어나 국민들 사이에 투표권 개념도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1948년 ‘유상매입 유상분배’ 방식으로 단행한 토지개혁으로 1960·70년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자리 잡으며 농민들의 삶이 안정됐고, 교육 수준도 향상됐다. ‘개천의 용’은 이 시기 이후로 가능해졌다.

광주광역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승만 버스'(39번). 내달 하순까지 이 대통령 얼굴이 인쇄된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달린다. /다큐스토리

‘건국전쟁’은 할리우드 화제작 ‘웡카’ 등 대작 공세에도 실시간 예매율 9위(31일 오후 8시 현재)에 올랐다. 10위 안에 다큐는 ‘건국전쟁’이 유일하다. 예매율이 호조를 보이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극장의 상영관 132곳(31일 현재)을 확보했다. CGV청담씨네시티 등 서울 강남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개봉을 앞두고 전국에서 ‘이승만 버스’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영화 포스터를 부착한 버스가 서울 2대, 부산 3대, 대전 1대, 광주 1대, 인천 1대 등 총 8대 운행한다.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스크린도어에도 이 대통령 얼굴이 강조된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아이돌이 아닌 역사 인물로서는 이례적이다. 버스 홍보물은 대당 약 400만원(1개월)이 든다. 김 감독은 “이 대통령 얼굴이 크게 인쇄된 홍보물이 전국 대중교통에 인쇄돼 도로를 누비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전국 각지의 평범한 시민 수백 명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