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남덕우 전 총리 10주기 추모식에서 이배용(맨 오른쪽) 국가교육위원장이 추모사를 읽고 있다. /한국선진화포럼

18일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1924~2013) 10주기를 맞아 한덕수 국무총리 등 27명이 추모집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발간했다. 논어 속 화이부동은 남 전 총리가 2009년 발간한 서예집 ‘지암 남덕우 서집’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대의를 위해선 함께하자”고 늘 주변에 말했던 그의 생전 좌우명이기도 했다.

남 전 총리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박정희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전두환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70~8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중동 진출 등을 통해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1976년 남 전 총리 비서관을 지낸 한덕수 총리는 “주말에도 일하는 제가 안쓰러운지 고인이 피자를 사주셨는데 생애 처음으로 맛본 피자였다”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참으로 신명 나게 일했다.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고인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남 전 총리가 일군 ‘서강학파’는 선성장 후분배, 수출 중심 경제 등을 강조해 70~80년대 경제 개발 시기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고인의 제자인 김광두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은 대학 1학년 때 수강한 ‘경제학원론’ 수업을 회고하며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신사의 번개 시험은 자유와 방탕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가 학생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해준 쓴 약이었다”고 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지식에 대한 욕구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었다”고 했다. 남 전 총리는 1983년부터는 8년 동안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며 삼성동 무역센터 건립 등을 주도했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무역 인프라를 확충해 한국무역 선진화의 기틀을 든든하게 마련해주셨다”고 했다.

10주기 추모식도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남 전 총리의 장남인 남기선씨를 비롯해 이봉서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한국능률협회 회장), 이배용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유장희 전 동반성장위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유호열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재계 인사 7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