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를 연 정창기 화백이 자신의 그림 옆에 서있다. /정철환 특파원

“내 평생 처음 보는, 경이로운 스타일이다.”

장 마리 자키 프랑스미술가협회 명예회장이 25일(현지 시각) 정창기(75) 화백의 작품을 보고 한 말이다. 정 화백은 서예용 붓으로 시서화(詩書畵) 양식의 서양화를 그리는 독특한 화풍의 화가다. 사군자와 시를 한지 위에 강렬한 색감의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다. 검은 선과 여백의 대비가 선명한 수묵화의 특징을 화려한 색채로 재해석하면서, 미묘한 붓선과 색의 농담까지 드러낸다.

정 화백은 지난해 첫 개인전을 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 이달 24일부터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89′에서 첫 해외 전시를 열었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다녀온 참전용사다. 정 화백은 “귀국 후 고엽제 후유증으로 만성 통증에 시달렸다”며 “고통을 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서예와 그림이었다”고 했다. 아버지로부터 한학과 서예를 배우고, 30세의 나이에 일중(一中) 김충현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양화풍의 시서화를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부터다. 그는 “집에서 쓰고 남은 페인트를 가지고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며 “처음에는 (먹물에 적합한) 서예 붓으로 점도가 높은 페인트를 다루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서예 우수상, 문인화로 대상을 받았다.

그의 그림은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명예 교수, 김종근 미술평론가 등을 통해 국내외에 알려졌다. 그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탈리아·모나코 등에서도 전시를 열게 됐다”며 “유럽에 한국 문화의 또 다른 모습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