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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18세까지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문맹’이었던 영국의 한 남성이 세계적 명문대의 최연소 흑인 교수가 됐다. 다음 달 6일부터 케임브리지대 교육사회학 교수로 강단에 서게 된 제이슨 아데이(37·Jason Arday)가 사연의 주인공이다.

23일(현지 시각) 케임브리지대는 홈페이지에서 아데이 교수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년 전 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어머니 침실 벽에 개인적 목표를 적었어요. 언젠가는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겠다는 내용도 그중 하나였죠. 저는 낙관적인 편이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런던 남부의 클래팜에서 나고 자란 아데이는 3세 때 발달 지연과 자폐 진단을 받았다. 11세가 될 때까지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수화를 사용했고 성년이 되기 전까지 언어 치료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평생 주변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소식까지 들었던 그였지만 대학교수이자 멘토인 산드로 산드리(Sandro Sandri)로부터 읽고 쓰는 법을 배우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서리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 낙후된 지역의 체육 교사로 일하며 소수 민족 학생이 교육에서 직면하는 제도적 불평등을 체감하고 학자의 길을 고민했다. 이때도 그에게 힘을 불어넣어준 이는 산드리였다. 아데이에게 “너는 해낼 수 있고,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것이다. 이렇게 아데이는 낮에는 체육 강사로, 밤에는 학술 논문 작성과 사회학 공부를 병행했다. 학업 자금 마련을 위해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아데이는 “아무도 내게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내가 제출한 모든 것은 격렬하게 거절당했다”며 “동료들의 (논문) 평가 과정은 다소 비뚤어지고 잔인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경야독에 매진한 끝에 2018년 첫 논문을 발표하는 데 성공한 그는 이후 로햄프턴대 강사, 더햄대 사회학 부교수, 글래스고대 교육대학원 교육사회학 교수 등을 거쳐 꿈에 그리던 케임브리지대에 당당히 입성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불우한 배경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고, 고등 교육을 진정으로 민주화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며 “케임브리지에 있는 것이 내가 이 의제를 이끌어갈 영향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