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누아르 영화계의 대부 두치펑 감독이 16일(현지 시각)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모습./EPA 연합뉴스

“전체주의 통치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자유를 잃으면 영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습니다.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영화는 항상 독재자들의 (억압해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게 영화는 늘 우선순위에 있었습니다.”

영화 ‘미션’(1999), ‘익사일’(2006), ‘마약전쟁’(2013) 등을 연출한 홍콩 누아르 영화계의 대부 두치펑(68·Johnnie To)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중국 공산당을 향해 소신 발언을 했다. 19일(현지 시각)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은 두 감독은 영화제 개막 당일인 16일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영화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이날 두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자유를 위해 싸우는 국가’로 홍콩을 언급하다가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나는 홍콩이, 아니 전 세계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국가와 국민들이 영화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가 당신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할리우드리포터는 “2020년 그의 고향인 홍콩에 도입된 억압적인 국가보안법을 고려할 때 두 감독의 발언은 특히 대담한 발언”이라며 “국가보안법은 수많은 (홍콩 지역) 활동가와 예술가들을 투옥시켰다”고 지적했다.

두 감독의 발언이 담긴 영상은 웨이보,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두루 소개되며 “자유인에게 영광이 있기를”과 같은 지지 댓글이 다수 달렸으나 중국 당국의 검열로 인해 족족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웨이보에 여러 영화 블로거들이 두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고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며 “일부는 ‘독재자’나 ‘자유를 위한 투쟁’과 같은 (문제가 될 만한) 멘트 일부를 제외하고 영상을 올렸으나 (영상이) 삭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 ‘벽수한산탈명금’으로 데뷔해 4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두 감독은 오랫동안 홍콩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수년간 3대 영화제에 꾸준히 초청받았다. 특히 그의 2013년작 ‘마약전쟁’은 2018년 한국에서 ‘독전’으로 리메이크되면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