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니어재단 ‘한국의 새 길을 찾다’ 출판 기념회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뒷줄 왼쪽부터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최상용 전 일본대사,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고운호 기자

“산업화와 민주화, 선진국화를 이룬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가? 우리는 왜 진정한 선진국이 못 되는가? 이 두 화두를 놓고 올 1월부터 국가 원로·학자들 24명이 고민하며 짜낸 지혜를 모았습니다.”

22일 낮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새 길을 찾다’ 출간 기념회에서 정덕구(74) 니어(NEAR)재단 이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한국이 2040년에 세계 4강이 될 거라는 낙관론과 2075년에 필리핀보다 뒤질 거라는 비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와 해법을 찾으려 애썼다”고 했다.

“취약한 국가 리더십 아래 영혼의 근육이 얇아지고, ‘분열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두 나라 현상’이 심각해지는 ‘선진도상국 증후군(症候群)’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이 작업에는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필두로 한 원로 현인(賢人) 8명과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등 현역 교수 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연구와 토론, 인터뷰, 발표 세미나에 이어 반년 정도 숙고와 다듬질을 거쳐 이날 543쪽 분량의 책을 냈다.

김진현 전 장관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가장 복합적인 초(超)특급 위기와 단군 이래 처음 ‘세계 대국’의 꿈이 동시에 넘실거리는 기로에 서 있다”며 “정치의 목적과 구조, 리더십을 혁신한 새로운 ‘K-정치’를 만드는 게 첫걸음”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987년 헌법 체제로 붕당(朋黨) 정치가 고착화됐다. 기존 정치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최근 법관들이 법원장을 선출하는 제도까지 도입함으로써 법치주의와 사법권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퇴행적 현상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세계 일류 국가가 되려면 교육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도연 전 교육과기부 장관은 “교수 정년제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해 대학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대학 총장 임기를 적어도 10년으로 해야 대학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남한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기보다 서로 별개의 국가로 접근해야 한다. 유사시 한 달 만에 핵을 가질 수 있는 독일·일본처럼 우리도 ‘무장하지 않은 무장(unweaponized weapon)’ 수준의 자체 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동세대 기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2030세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 선생은 “트라우마와 한(恨)에 짓눌리지 않은 우리의 디지털 세대를 응원하고 그들의 나아갈 길을 예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마지막 책무”라고 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오늘 나온 책은 한국이 새길을 찾는 데 필요한 지도책이자 역사가 주는 교훈집”이라며 “국민들이 이 책을 통해 ‘의식 혁명’을 이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