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관(58·사법연수원 23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지방변호사회가 ‘2022년 법관 평가’를 통해 선정한 ‘우수 법관’ 10명에 뽑혔다.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부임한 2018년부터 5년 연속으로 부산 지역 변호사들이 뽑는 우수 법관에 포함된 것이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지방변호사회 법관 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된 김문관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김 부장판사는 “재판장 자리에 ‘짜증 금지’ 메모를 붙여 놓고 재판한 것이 ‘우수 법관’의 비결”이라고 했다. /부산 고법

앞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지법, 울산지법과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된 것까지 포함하면 10년 연속 기록이다. 이는 2008년 지방변호사회가 법관 평가를 처음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8일 본지 통화에서 ‘10년 연속 우수 법관에 뽑힌 비결이 뭐냐’라는 질문에 “짜증 금지”라고 답했다.

“2009년 형사 합의부 부장판사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재판장 자리에 ‘짜증 금지’ 메모를 붙여 놓고 재판을 했어요. 개성 강한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힘들게 할 때도 있고 사건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잖아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도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이어 “재판장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소송 당사자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다”며 “그런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개인적인 수양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건 당사자가 판사에게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 당사자의 말만 잘 들어주고 다른 당사자의 말은 자른다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고루 경청(傾聽)해야 한다는 뜻도 담겼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소통도 강조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재판을 하면 판사가 하는 말이 사건 당사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목소리를 그 전보다 크게 하고 발음도 더 정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재판 내용을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판사가 배려해야 재판 결과에 수긍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재판 전날에는 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국 재판 준비를 더 꼼꼼하게 하면서 극복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 부장판사는 가장 기억나는 사건으로 2020년 재심 개시를 결정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꼽았다.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 누명을 쓴 두 사람이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다. 당시 법정에서 김 부장판사는 “30년 가까운 피해 호소에 이제야 응답하게 돼 면목이 없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재심 청구인들과 가족들이 수십 년간 겪었을 고통이 고스란히 재판부에 전해졌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배정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33회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23기를 수석으로 수료했다. 1994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 부산지법 부장판사, 201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15년 울산지법 부장판사, 2016년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