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사법 개혁은 결과적으로 ‘권력에 충성하는 법조인 만들기’가 됐습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퇴행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법학 교수 최초로 한국법학원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5일 서울 서초구 한국법학원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최근 제16대 한국법학원장으로 선출된 이기수(77)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에 복무해야 할 사법기관들이 자신과 권력의 안위만을 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56년 설립된 한국법학원은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법학교수 등 법조인 약 3만3000명이 가입된 법률가 단체다. 그동안 법무장관과 대법관 등 고위직 출신들이 맡았던 한국법학원장에 법학교수가 선출된 경우는 이 원장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이 대법원장 등을 맡으면서 사법부가 권력에 충성하는 조직이 돼버렸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근간을 바탕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행복에 봉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 수사’ 비판을 받는 최근 상황을 놓고 “그 역시 앞으로 비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법학원이 먼저 나서 성명을 내는 등 ‘경고등’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한국법학원 설립 이후 66년 만에 법학교수 출신으로 첫 원장이 된 것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국법학원을 혁신하고자 하는 회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법학원을 실무와 학문 간에 적극 소통이 이뤄지는 곳으로 만들어달라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도 했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소 사무차장 등이 참여하는 한국법학원 부원장회의를 두 달에 한 번 여는 것으로 정례화했다.

한국법학원은 한국법률가대회를 2년마다 개최하고 학술지 ‘저스티스’를 발간하며 각종 법률 관련 국제기구와 교류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대국민 소통 활동을 강화해 ‘한국법학원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일반 국민과 로스쿨 학생 등을 상대로 한 유명 법조인 강연을 여는 등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84년 모교에 부임한 이 원장은 지난 2008~2011년 고려대 총장을 지냈으며 한미법학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도 역임했다. 아들인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