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관 15대 주 가고시마 명예 총영사

“저에게 한국은 아버지의 나라,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이 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들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조선 도공의 후예로 사쓰마야키(薩摩燒·가고시마 도자기)를 통해 한일 관계에 기여해 온 심수관(沈壽官) 15대가 주(駐) 가고시마 명예 총영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6일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미야마(美山)의 심수관요(窯)에서 열린 명예총영사관 개관식에는 시오타 코이치 가고시마현 지사를 비롯, 이 지역의 주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NHK 방송과 아사히, 마이니치 신문 등 약 20개 일본 언론사가 취재했다.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희섭 후쿠오카 총영사는 “1998년 김종필 총리,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가고시마를 방문한 것은 심수관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심수관요가 계속해서 한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수관 15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지만, 명예 총영사 활동을 통해 일본에서는 친한파(親韓派)를, 한국에서는 일본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더 늘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일 관계는 양국을 연결하는 파이프가 얇아진 것이 문제”라며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시민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수관은 1598년 정유재란 당시 전북 남원에서 가고시마 영주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에 의해 끌려간 심당길의 후손이다. 심씨 가문은 일본에 강제로 정착 후에 도자기를 만들어 살면서 사쓰마야키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씨 가문의 12대 심수관은 1873년 오스트리아 빈 박람회에 높이 180㎝의 ‘금수 대화병’을 출품, 유럽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후손들은 대대로 ‘심수관’을 이어받아 사용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가 됐다.

심수관가(家)에서 한국의 명예 총영사가 나온 것은 두 번째다. 14대 심수관은 1989년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명예총영사로 임명된 후 30년간 활동하다가 2019년 별세했다. 올해 62세인 심수관 15대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 국립미술도예학교에서 수학 후, 아버지를 도와 심수관요를 발전시켜왔다. 그는 “역사적 진실은 진실대로 잊지 않으면서 과거에 속박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업을 계속 이어가면서 작으나마 양국 관계가 진전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