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전쟁 중 불렸던 마오리족의 노래가 이 땅에 뿌리내린 것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유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최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본지 인터뷰에서 “참전 용사들은 자신들이 불렀던 마오리족의 노래(한국명 ‘연가’)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며 “뉴질랜드가 이 땅의 평화에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도 불리는 이 노래는 1950년 뉴질랜드 참전 용사로부터 전해졌다. 뉴질랜드의 젊은이들은 당시 마오리족의 노래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를 부르며 향수병을 달랬다. 터너 대사는 “한국과 뉴질랜드는 그저 전쟁을 함께 치른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가 70년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1950년 유엔이 북한의 남침에 대응해 유엔군 소집을 호소하자 바로 파병에 응답했다. 6000명이 참전해 103명이 전사하거나 다쳤다. 뉴질랜드군은 1951년 4월, 70만 병력을 동원한 중공·북한군의 공세를 가평에서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6·25 전쟁은 1·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에 비하면 ‘잊힌 전쟁’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특이한 위상을 가진 전쟁이라고 터너 대사는 설명했다. 터너 대사는 “한국이 일군 ‘한강의 기적’을 보며 뉴질랜드 사람들이 한국의 번영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기여했는지 느끼곤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참전 용사들을 초대해 감사를 표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라며 “참전 용사들뿐 아니라 참전국 입장에서도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터너 대사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북한과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뉴질랜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줄이는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비인간적으로 사살·소각한 것에 대해서는 “뉴질랜드는 전 세계 인권 향상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