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을 선도해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이두용(82) 감독이 19일 별세했다.

2019년 8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두용 감독. /연합뉴스

고인은 멜로 드라마 ‘잃어버린 면사포’(1970)로 데뷔했으나, 통속 멜로에 반기를 들고 액션 영화 개척에 나섰다. 특히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한 무술 영화에 집중했다. 서울 변두리 도장에 무술 사범 수백 명을 모아놓고 연기를 가르치며 만든 ‘용호대련’(1973)을 시작으로 ‘분노의 왼발’(1974) 등 태권 영화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두용 감독의 영화 뽕 포스터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야 한국 영화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고인은 해외 진출을 위해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을 내세웠다. 청상과부의 욕망과 원한을 한국적 샤머니즘의 시각에서 풀어낸 영화 ‘피막(避幕)’(주연 유지인·남궁원)은 1981년 제3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성(性)에 눈뜬 양반 딸 길례의 한많은 수난기를 담은 영화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주연 원미경·신일룡)는 1984년 제37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이후 에로티시즘에 주력한 영화를 다수 선보였다. 배우 이미숙·강문영·유연실이 1~3편 주연을 맡은 영화 ‘뽕’ 시리즈, 중광 스님이 출연한 ‘청송으로 가는 길’(1990)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나운규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 ‘아리랑’(2002)은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 개봉했다. 당시 북한에 다녀온 고인은 “영화란 문화를 선도하는 위대한 힘이 있고, 그걸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은 나에게 한없는 긍지를 갖게 한다”고 했다. 빈소 서울대병원, 발인은 21일, (02)2072-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