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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에 농사짓는 소도 걸음을 늦추는 여름이 다가옵니다. 소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있는데요. 바로 ‘쇠뜨기’입니다. 논둑이나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든 마디마디 자라나지요. 소가 좋아하는 풀이라고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사실 소가 즐겨 먹지는 않는다고 해요.

쇠뜨기는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지에 번식하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이에요. 고사리처럼 포자(홀씨)를 통해 번식하지요. 이른 봄 땅 밖으로 틔워 올린 쇠뜨기의 줄기는 번식을 위한 ‘포자 줄기’로, 잎 등이 달린 영양 줄기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띠어요. 이 줄기는 옅은 붉은색으로, 줄기 끝에 거북 등껍데기 모양처럼 생긴 포자낭(홀씨주머니)이 달려있어요. 포자낭이 성숙하면 포자를 주변에 퍼뜨리면서 번식합니다. 포자가 달려 있는 줄기의 모습이 마치 뱀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뱀 밥’으로도 불려요.

이렇게 포자가 떨어진 자리에 뒤늦게 초록색의 영양 줄기 싹이 납니다. 영양 줄기는 생식 능력이 없어요. 풀인데도 마디가 발달해 가느다란 대나무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옆으로 퍼진 마디마다 새로운 가지가 다시 나와 소나무 잎이 땅에 붙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이 영양 줄기가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를 넓게 뻗고 이른 봄 뿌리 위에 다시 포자 줄기를 틔워 올린 뒤 포자를 퍼트려 다시 영양 줄기가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셈이에요.

이런 특성 때문에 쇠뜨기는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해요. 쇠뜨기를 잡초로 여겨 보기 싫다고 뜯어버려도 땅 위의 영양 줄기만 잘리기 때문이에요. 이때 땅속에 있는 뿌리는 다시 포자 줄기를 뻗어 올릴 수 있어요. 이런 원리로 쇠뜨기는 겨울철 지상의 줄기가 모두 말라버려도 땅속 뿌리가 남아 이듬해 포자 줄기를 틔워낸답니다.

이처럼 땅속뿌리와 포자로 번식을 왕성하게 하는 탓에 쇠뜨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5200만년 전부터 5억4100만년 전까지의 고생대에 발생해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왔습니다. 뿌리가 지표면 근처에 있는 일반 잡초와 달리, 길게 뿌리를 뻗는 것은 1.8m 밑까지도 자라기 때문에 원자폭탄 피해를 당한 일본 히로시마에서도 가장 먼저 초록빛 싹을 틔운 식물로도 기록돼 있어요.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한 강인함 때문일까요. 쇠뜨기는 예전부터 통증이나 염증을 완화하는 약으로 쓰여왔습니다. 최근에는 면역이나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지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농가에서는 초록색의 쇠뜨기 영양 줄기를 뜯어 말린 뒤 건강 차를 만들어 먹습니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음식 재료인 만큼 민가에서 쉽게 구해 먹을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너무 세서 전문가들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답니다.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