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상대로 마약음료를 마시게 했던 사건의 마약 총책이 검거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해당 사건의 필로폰 공급 총책인 중국 국적의 남성 A씨(38)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 검거를 끝으로 ‘강남 마약음료 사건’ 관계자 중 마약 제조·운반 인물은 모두 붙잡혔다. 사건이 벌어진지 약 1년만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A씨는 중국 현지에서 마약의 한 종류인 필로폰을 만들어 판매하던 중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했다. 우리 수사 당국이 ‘강남 마약음료 사건’으로 수사망을 좁히자 이를 피해 캄보디아에서 숨은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필로폰 제조를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경찰과 검찰, 국정원과 캄보디아 현지 경찰의 공조 수사로 붙잡힌 그의 은신처에서 필로폰 약 700g이 발견됐다. 이 중엔 인공적으로 푸른색을 입힌 신종 필로폰도 다량 포함됐다. 현지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미국 범죄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에서 영감을 받아 본인이 제조한 필로폰이라는 표식을 하기 위해 푸른빛이 도는 필로폰을 개발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 신종 필로폰을 한국에 대량으로 공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일환으로 A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B씨에게 필로폰 4kg을 건넨 바 있다. 그러나 B씨가 이를 여행가방에 숨겨 들어오다 붙잡혔고, 수사당국이 마약 공급 배후를 추적하던 중 덜미가 잡혔다.
수사당국은 A씨의 국내 송환을 시도했지만 체포 현장에서 다량의 필로폰과 마약 제조 설비 등이 발견돼 캄보디아법에 의해 현지에서 처벌을 받을 예정이다. 캄보디아는 80g이 넘는 불법 마약류를 소지한 상태로 적발돼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A씨를 마지막으로 ‘강남 마약음료 사건’ 관계자 9명 중 마약에 연루된 인물은 모두 붙잡혔다. 당시 중국에서 밀수된 필로폰을 넘겨준 전달책 박모(35)씨, 이 필로폰으로 마약음료를 제조한 길모(25)씨와 이렇게 만들어진 마약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나눠준 아르바이트생 4명 등은 모두 검거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A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