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서울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는 모습. /뉴스1

“임산부 핑계 대며 조기 퇴근했으면 대신 일하는 동료 생각해서 놀러 간 티는 내지 말아야지.”

“단축근무 대체직을 안 구해주는 회사를 탓해야지 왜 임산부에게 불평을 하느냐.”

임산부의 조기퇴근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 네티즌이 “임산부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동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제도에 대한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산부 조기퇴근 솔직히 민폐라 생각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임신한 자신의 동료를 겨냥한 듯 “본인은 배가 작게 나와서 일상생활 전혀 안 불편하다 한다”며 “임신해서 조기퇴근하고 삶의 질이 상승했다고 자랑한다”고 했다.

이 동료는 고층 아파트도 매일 계단으로 다니며, 조기 퇴근 후 여유롭게 저녁 준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강아지 산책까지 시킨다고 한다. 또 주말에는 밖에서 남편이랑 데이트를 한다고 한다. A씨는 “회사는 몸이 힘들어서 무리라며 조기 퇴근한다”며 “그러면서 태교 여행도 가고 요가, 헬스, 필라테스, 주말 외식, 나들이 등 하고 싶은 건 다 한다”고 했다.

특히 A씨는 나머지 팀원들은 업무가 늘어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4~6시에 임산부들 쇼핑하거나 맛집, 나들이 가는 것을 어쩌다 인스타(그램 으)로 보게 된다”며 “임산부가 해야 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 보면 매우 화가 난다”고 했다. 또 “때려치우든 휴직을 쓰든지 해서 인원 충원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말로만 듣다가 실제 사무실에 임산부 생기니 민폐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에 따르면, 회사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는 임금 삭감 없이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이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A씨의 입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안 당해보면 모른다. 임산부는 쉬운 일만 하게 되고 결국 어려운 일은 남아있는 사람들이 나눠서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저 대우받길 바라서 답답하다” “회사 차원에선 다른 팀원에게 일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배려해주는 거라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팀원 입장 고려 안 하고 즐기면 욕먹어 마땅하다” “임산부가 한 명 생기면 부서 내 다른 사람들이 고달파지는 건 사실이다. 법적으로 임산부를 보호해주는 건 좋은데 왜 회사와 직원이 피해를 봐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임산부에게 불만을 표출할 게 아니라 제도를 보완해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기 유산 위험 높은 12주까지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제일 힘든 시기인데, 일부 악용하는 사람을 예시로 들어 전체를 깎아내려선 안 된다” “회사에 대체직을 구해달라고 하지 왜 임산부를 탓하냐” “이런 걸 보면 여자더러 애 낳지 말라는 말이나 똑같다” “나라에서 혜택을 주는 데 안 쓸 이유가 없지 않나. 임신한 게 죄는 아니다” “회사와 국가가 문제다. 단축 근무 하는 임산부를 미안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떠맡게 해서 불만을 갖게 하는 게 옳지 않다” “임산부 혐오, 아이 혐오가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앞으로의 미래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출산을 바라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