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글로벌 R&D 추진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스1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기초과학계에서도 “의대 증원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에 타격을 준다”며 “이공계 보호를 위한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회장 이준호)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위기 상황에 대한 의견서를 1일 발표했다. 전국대학기초연구소연합회는 전국의 대학 부설 연구소 중 기초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68개 연구소의 전국적 연합회로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는 이날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붕괴된 정부와 과학자들간의 신뢰관계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의대 증원 문제가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과학기술 발전에 장단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의대 증원 문제에 매몰되어 모든 이슈가 전국의 의료현장과 의대 교육 현실에만 한정됨으로써 기대와는 반대로 기초과학의 면에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특단의 대책으로 이공계 대학에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공계 대학들의 우수 인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고 10~2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과학기술 선진국 대열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첫째, 기초학문의 다양성, 확장성, 보편성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첨단 기술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정책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둘째, 의과대학 교육 혁신을 추진할 때 이공계 교육 연구에 보다 획기적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를 위해 모든 기초과학 전공 대학원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연구 인프라 구축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가 국가 R&D 예산에 대한 예측 가능하며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국가의 패권이 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추격형’ 구조를 넘어선 창의적 ‘선도형’ 과학기술의 성패가 향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 문제에만 계속 매몰된다면 기초과학의 몰락은 현실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