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A씨가 거액의 별풍선을 후원했던 BJ 정모씨의 방송 화면 캡처.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 BJ들에게 1억5000만원의 빚을 내 후원을 해 온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회사원이던 이 남성은 하루 최대 5000만원까지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족은 BJ들이 후원을 하면 데이트를 해줄 것처럼 속여 돈을 뜯은 것이라며 해당 BJ와 방송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작년 5월 자기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남성 A씨 유족은 그해 11월 경찰에 BJ 정모씨와 조모씨 등 3명을 사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숨진 A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인터넷 방송 BJ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큰손’으로 통했다. 하루 5000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쏘기도 하는 등 큰 씀씀이로 후원했기 때문이다. 후원금 원천은 대부분 빚이었다.

BJ 정씨 등은 후원금에 따라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술데(술 마시는 데이트)’ ‘명품 선물 드리기’ 등이다. A씨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당 110원 수준인 별풍선을 정씨에게 58만개, 조씨에게 8만개 선물했다. 그러나 정씨는 별풍선을 받고도 A씨와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A씨 유족 측은 이것이 ‘로맨스 스캠(사랑의 감정을 사기에 이용하는 것)’ 범죄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속칭 ‘엑셀 방송’에 후원금을 많이 쐈다. 이는 실시간 후원 금액에 따라 BJ들 순위를 매기는 형식의 방송이다. A씨는 BJ 정씨와 조씨가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엑셀 방송 때에도 두 사람에게 거액을 후원했다. A씨가 숨질 당시 그가 진 빚은 도합 1억5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엑셀 방송’에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것이 A씨 유족 측 설명이다. BJ들의 실시간 후원 순위를 매기는 것처럼 해두고, 실상은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김안철 변호사는 “유명 BJ들의 관계자들이 별풍선을 쏨으로써 더 많은 별풍선을 유도하는 행위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A씨에게 후원을 받았던 BJ 측은 “안타깝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으로 후원을 한 것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은 일부 BJ가 시청자를 속여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BJ와 방송 관계자를 사기죄로 지난해 11월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서울 방배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 중이다.